반쪽 5·18기념식…박승춘 입장못하고,황교안· 현기환 기립만(종합)

[the300]황교안 등 제창 안 해…김종인 "정부 옹졸", 안철수 "국민통합 저해"

광주=최경민, 지영호, 박소연 기자 l 2016.05.18 16:53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려다 5·18유가족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2016.5.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결국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대신 합창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창을 거부한 박승춘 보훈처장은 유족과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기념식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야당의원들이 제창을 시작하자 일부 보훈 단체 인사들은 퇴장하기도 했다.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정부주관으로 거행됐다. 황교안 국무총리,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와 정의화 국회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5·18 유가족, 시민단체 대표,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박승춘 보훈처장이 입장하자 소동이 일어났다. 유족과 시민들은 박 처장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불허와 관련해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라고 외쳤다. 간간이 욕설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격앙됐고 몸싸움도 벌어졌다. 

박 처장은 결국 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자리에도 못 앉아보고 쫓겨나듯 발걸음을 돌렸다. 박 처장이 웃음을 보이며 퇴장하자 시민들의 욕설이 더 쏟아지기도 했다.

박 처장은 5·18민주묘지를 떠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사흘 동안 검토했지만 결국 합창을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훈단체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보훈처장이 제창을 결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입장을 못하게 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찬성하지만 반대의견도 있기에 국민의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들(유족)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이 기념식은 정부의 기념식이다.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가 참석하기에 국민의 의사가 중요했다"며 "국민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는 것이지, 어느 개인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식은 헌화 및 분향, 이병구 광주지방보훈청장의 경과보고, 황교안 총리의 기념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기념공연의 형식으로 합창단의 합창으로 울려퍼졌다. 예고된 대로,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자발적으로 제창을 하기 시작했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인사들은 물론 정의화 국회의장, 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도 제창을 했다. 하지만 황 총리와 현기환 정무수석은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한 채 입을 닫았다. 1열에 앉아있던 보훈단체 관계자들 등 보수적 성향의 인사들은 아예 식장에서 퇴장하기도 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시 노래를 부르지 않고 있다. 2016.5.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식이 끝난 후 야권인사들은 5·18정신을 강조하면서 일제히 정부의 제창 거부 방침을 비판했다. 더민주 인사들은 정부측 행사가 성의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구묘역에서 별도 추모 시간을 가졌다.

더민주의 김종인 대표는 "5·18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의 정치적 자유와 기본적인 인권을 확보하는데 광주 시민들의 피로서 쟁취한 것"이라며 행진곡 제창 불가 방침과 관련해선 "정부가 너무나 옹졸하게 생각하고, 아집에 사로잡힌 결정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논란이 있는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며 "지정곡이냐 아니냐는 것은 절차가 필요하니 (그런다 쳐도)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되고 그게 도대체 무슨 논리인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 강진에 칩거하다고 행사에 참석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5·18의 뜻은 각성의 시작이자 분노와 심판, 용서와 화해의 시작"이라며 "답이 뻔하지 않느냐. 당연히 제창으로, 기념곡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안철수 대표는 정부의 제창거부 방침과 일부 보수 인사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선 것을 두고 "국민통합에 저해되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박승춘 처장의 해임 촉구 결의안을 더민주와 공조해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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