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행사 적극 검토

[the300] 당정 '거부권 행사' 군불때기…다음달 7일 국무회의서 결정될듯

이상배, 진상현, 세종=조성훈 기자 l 2016.05.23 18:00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국회 상임위원회가 '소관 현안'에 대해 언제든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가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국무조정실이 공개적으로 상시 청문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여당이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위해 당정이 '군불때기'에 나섰다.

◇당정, '거부권 행사' 군불때기

22일 청와대와 정부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상시 청문회법을 비롯해 19일 본회의를 통과한 120여개 법안을 법제처로 이송했다. 법제처는 곧장 이 법안의 위헌·위법 여부 등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로부터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오늘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만큼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며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법제처에서 법안에 대한 검토 결과가 나와야 거부권을 행사할 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이미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법리적·정무적 검토에 착수했다. 상시 청문회법이 시행될 경우 대정부 청문회가 수시로 개최됨에 따라 행정부가 사실상 마비될 우려가 크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시 청문회법을 잠정 검토한 결과, 굉장히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며 "상시 청문회법이 공무원들의 업무를 크게 위축시키고 소신있는 공직풍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순방 중인 황교안 국무총리도 24일 귀국한 뒤 법제처의 검토 결과를 토대로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여당도 '거부권 행사론'에 힘을 보탰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상시 청문회법은 여야 간에 싸움만 하는 청문회가 남발될 가능성이 커 본회의 통과 직후부터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그러나 야당에서 개정에 나설 의지가 없는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법안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달 7일 국무회의서 결정될듯

당초 청와대는 상시 청문회법에 대해 '행정부 마비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거부권 행사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에서 재의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도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되면 법률로 확정된다. 새누리당의 20대 국회의원은 122명으로 재적의원의 3분의 1 이상이지만 비박계가 반란표를 던질 경우 재의결을 막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여당이 국회법 재개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거부권 행사를 적극 지지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당이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재의결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적극적인 표 단속에 나설 경우 재의결 저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한편 야당이 거부권 행사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시 정국경색으로 국정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점이 변수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거부권 행사는 성립할 수 없는 월권"이라며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그에 대해 우리 더민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통령은 15일 내 재가 또는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해야 하다. 상시 청문회법의 경우 다음달 7일이 마지노선이다. 청와대는 신중한 결정을 위해 법적 검토기간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정 대변인은 "법적으로 정해진 시간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거부권 행사 여부는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프랑스 순방(5월25∼6월4일)을 다녀온 뒤 주재할 다음달 7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