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린 검찰개혁, 비리는 외려 진화

[the300][런치리포트-비리검사 대책은]②朴공약 상설특검·특별감찰관, 반쪽 시행 유명무실

우경희, 김성휘 기자 l 2016.07.21 05:57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수수 혐의에 따른 구속과 관련 "국민 여러분께 커다란 충격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린다"라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6.7.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 오래된 명제를 검찰이 쓰리게 되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검찰개혁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국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던 굵직한 검찰비리가 심심찮게 터져나왔지만 척결되기는 커녕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법조계는 검찰권력이 사실상 견제받지 않게 된 원인에 대해 '수사권 독점'과 '정권의 방임' 등을 꼽는다. 정권이 검찰을 '칼' 정도로 여기고 검찰도 이 역할에 고민 없이 충실하면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이 역학관계가 검찰의 손에 수사독점권을 쥐어줬다. 여기에 검찰 수사의 특성인 비밀성이 음습함을 더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기소편의주의가 검찰에 대한 통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권한이 막강한데 통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검찰의 기소편의주의"라고 말했다. 무조건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편의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준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 검사가 기소하지 않은 사건을 법원에서 다시 심리하도록 요청하는 재정신청제도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검찰이 원하지 않는다면 범죄혐의가 있어도 재판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검찰 내부에서 비리에 대해 둔감해질 수 있는 원인으로도 손꼽힌다. 

정 의원은 "진경준 사건만 해도 개인의 도덕적 일탈 뿐 아니라 제도적 문제라고 봐야 한다"며 "특수부 검사라면 늘 유혹을 받게 마련이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통제를 강화할 대안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상설특별검사제도' 등 검찰권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검찰비리 등을 제대로 수사할 새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검찰 내부의 강한 반발과 이에 동조한 여당의 반대에 번번히 발목을 잡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상설특검을 공약으로 내걸며 현실화가 기대됐다. 하지만 19대 국회서 새누리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여기에 야당이 상설특검을 정치적 타협의 카드로 활용하면서 제도는 아직 제대로 시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역시 공약이던 특별감찰관제도는 시행은 됐지만 성과가 없어 국정감사서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개혁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2010~2011년 가동된 국회사법제도개혁특위(사개특위)는 서슬이 퍼렇게 출발했지만 검찰의 강력한 로비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검찰 출신 의원들에게 한 명 예외 없이 "친정을 지켜달라"는 식의 로비가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검찰 출신이 아니라 해도 검찰의 로비에서 자유로운 의원은 많지 않다는게 국회의 통념이다.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등에 의원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칼자루를 쥔 검찰의 로비가 파괴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요소요소에 검찰을 무기로 활용해야 하는 정치권력의 입장에서도 소위 '때려잡는' 식의 검찰개혁은 쉽지 않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적당이 먹이를 줘 가며 검찰을 활용해 온 권력의 입장에서도 마냥 개혁 구호를 밀어붙이기는 어렵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을 적으로 돌렸다가 어떻게 됐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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