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특위 첫 현장조사…환경부 질타속 비공개 전환

[the300]현장조사 공개여부 놓고 與野 신경전도…회의 비공개에 피해가족 반발

김세관, 세종=유영호 기자 l 2016.07.25 17:21
이정섭 환경부 차관이 25일 정부세종청사 국회회의실에서 열린 환경부.고용노동부.국립환경과학원.안전보건공단에 대한 가습가살균제 현장조사 중 기관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책임을 규명하는 국회차원의 현장조사가 25일 처음으로 진행됐다. 이날 현장조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주무 부처인 환경부를 비롯해 고용노동부 등 세종시에 자리잡은 정부부처가 대상이었다.

시작 전부터 회의를 언론에 공개할지 여부를 놓고 여야 간 신경전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첫 현장조사가 실시됐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가습기살균제특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국회 회의실(환경부, 고용노동부)과 식품의약품안전처 회의실(복지부, 산업부)에서 정부 부처 대상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첫 현장조사 일정이었던 만큼 회의를 언론에 공개할지 여부를 두고 시작과 동시에 여야 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현장조사는 예비조사 성격을 가지고 있고 전문가 중심으로 가야 한다. 전문가 대부분이 언론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언론에 회의 내용이 공개되면) 제대로 된 질의가 불가능하다"며 비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이미 3당 간사 합의 때 공개·비공개 여부를 정했다"며 "살균제 피해가 비밀주의와 불투명한 정보공개가 원인인데 국정조사를 불투명하게 할 이유가 없다"고 비공개 제안을 거부했따.

국민의당 간사인 송기석 의원도 "비공개 주장 요구 근거를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지만 간사 간 합의가 있었다.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마지막에 비공개 시간을 두면 된다"고 말했다.

회의의 언론 공개 여부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특위는 우선 정회를 선언하고 현장조사의 공개 여부를 재차 논의했다. 결국 여야 추천 전문가 위원의 질의응답은 공개, 나머지는 비공개하는 방향으로 회의 전개가 정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회의에서는 가습기 살균제를 관리했어야 할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특위위원과 외부 전문가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야당 추천 외부 전문가인 장하나 전 더민주 의원(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출신)은 "국책연구기관들이 15년전부터 살생물제법을 도입하라고 요구했지만 법제화 움직임이 없었다"며 "1996년 PHMG와 2003년 PMG가 사업장에서 스프레이 형태로 쓰이고 있는 것을 알았다면 환경부는 흡입독성 검증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여당 추천 외부전문가인 문은숙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 국제표준화기구 제품안전의장도 "MIT 등이 유해성 심사 면제 물질이더라도 정부는 추가로 심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환경부가 이를 외면했다. 환경부는 2009년 MIT 등을 어린이유해성인자에는 포함시키고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서만 유해성 검토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정섭 환경부 차관은 "2011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부상된 당시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 제정이 화두였고, 그 안에 살생물제 관리내용도 포함시키려고 했었다"며 "사업장에 사용되는 유독물질은 고용노동부 소관이다. 2005년 가습기살균제에 PHMG와 MIT가 사용될 때는 신규물질이 아닌 기존물질이라 추가로 유해성 심사를 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가습기 살균제 주 재료인 CMIT/MIT가 천식 유발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내용의 공개 요구도 환경부를 겨냥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미국 환경청은 1998년 MIT를 장기적으로 흡입하면 비염이 발생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었다"며 "한국 정부도 지난해부터 폐 이외 질환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이에 대한 결과를 8월 중 공개하라"고 말하는 등 현장조사의 분위기를 가열시켰다.

그러나 특위 위원들과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 달궈진 뜨거운 회의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질의응답이 끝나고 현장조사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됐다. 

회의 비공개 전환에 대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도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 전 합의에 따라 질의응답 외의 내용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편, 이날 오전 환경부와 고용노동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친 특위는 오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복지부와 산업부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아울러 특위는 26일에는 과천청사에서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대상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27일엔 서울에서 가해 기업으로 지목된 회사들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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