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방중' 놓고 김종인과 당권주자들 온도차 극명

[the300]김종인, 정진석과 회동·공감…秋·金 "격려", 李 "신중해야"

최경민 기자 l 2016.08.08 17:58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2016.6.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의 초선 의원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방문한 가운데 당권주자인 추미애 의원과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은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고, 이종걸 의원은 '신중론'을 강조했다. 

초선들의 방중에 반대해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새누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와 만나 사드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의원들의 방중 문제와 관련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는 8일 오전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어제 김종인 더민주 대표와 만났다"고 공개했다. 그는 김 대표와 사드 문제와 관련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하면서 김 대표가 "국익의 관점에서 사드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말 큰 울림이 있는 공감을 준 말이었다고 생각이 된다"며 김 대표와 사드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여섯 명의 더민주 초선의원들이 출국한 것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국민과 역사가 엄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날 별도로 사드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취재진들이 초선 의원들의 방중과, 정 원내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질문을 했지만 입을 굳게 다문 채 국회를 떠났다. 더민주 관계자는 "비공개 회동을 공개한 정 원내대표의 태도에 기분이 상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미 벌어진 초선의원들의 방중에 불쾌감을 느끼고, 더 거론하지 않겠다는 의중으로도 읽힌다. 김 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그쪽에 이용이나 안 당했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라며 방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피력해왔다. 

차기 당대표 후보자들의 생각은 김 대표와 차이가 있었다. 추미애 의원과 김상곤 전 위원장은 일제히 초선의원들의 방중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모두 사드 반대 당론을 확정하지 않은 김종인 지도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당의 노선을 보다 확실히 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당 주류 세력의 표심에 러브콜을 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부문별최고위원 후보자 공명선거 협약식에서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 후보가 협약서를 노웅래 중앙당선관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2016.8.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제공조로 풀어야 할 북핵문제를 오히려 (정부가) 사드배치로 한-중 갈등을 초래했기에 의원님들이 한국 국민을 대표해서 외교활동을 잘 펼치고 오시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중 간의 갈등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의원들이 나라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전하고 하는 것은 잘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의원들의 발언이 중국측의 입맛에 맞게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정도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런 의원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김 전 위원장은 "청와대는 당 (초선) 의원들의 중국방문을 외교 레버리지로 활용하라"며 "위기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우리당 의원들의 중국방문과 의원외교는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당 의원단은 그 누구보다도 국익을 생각하고, 한미관계의 전략적 가치와 함께 한중관계의 중요성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원 외교는 정부가 처한 어려움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종걸 의원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 역시 사드 문제와 관련해 당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김종인 비대위'의 일원으로 현재 '당론을 정하지 않는 당론'을 만드는데 일조한 측면이 있다. 당의 강경파 주류 보다는 비주류쪽에 지지기반이 구성돼 있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의와 상관없이 이미 ‘사드 반대파’로 분류되어 중국 측에 이용될 수 있다"며 "미국도 방문해서 군만이 아니라 외교 채널, 백악관 채널, 학계와 언론 쪽의 생각도 직접 청취할 필요가 있다"고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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