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기고]최강의 정예강군! 모병제가 답이다

[the300]

남경필 경기도지사 l 2016.09.08 05:40

군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또 그 부모와 가족들에게 이만큼 무겁고 착잡하게 다가오는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묵묵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우리 국군장병들 한 명 한 명이 자랑스럽고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우리 군이 과연 진정 국민에게 사랑받는 군대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확신할 수 없다. 지금처럼 국민 대부분이 ‘군대’라는 집단을 “어쩔 수 없이 끌려가서 대충 시간 때우고 나오는 곳”으로 인식하는 한, 이미 그 군대는 싸움에서 절반쯤 지고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우리 군도 이제는 변화된 환경에 맞게 근본적인 구조의 혁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은 복합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그동안의 눈부신 성장을 뒤로 하고,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청년실업 문제 등이 새로운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이젠 이 위기를 발판 삼아 정치·경제·교육·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대한민국 리빌딩(re-building)’을 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모병제 도입은 대한민국 리빌딩의 핵심 어젠다가 될 것이다. 모병제가 저출산·청년실업 등 지금 우리나라가 겪는 위기의 주요 원인들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눈앞에 닥칠 ‘인구절벽’은 모병제 도입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우리 군의 전체 병력규모는 63만명 선인데, 2022년까지 52만명 규모로 감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의 인구 추이라면 2025년 전후로 도래할 ‘인구절벽’에 따라 그 정도 규모를 유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2025년이면 연 38만명 정도의 아이만 태어나고, 군 입대가 가능한 20세 남성 또한 현재 36만명에서 22만명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구절벽’의 공포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유치원~고등학교 학생수가 전년 대비 18만4천여명이나 감소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50만명 이상의 군대를 유지할 수 없다.

요컨대, 군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고 ‘작지만 강한 군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의지에 기초한 모병제 도입이 필수적이다. 30만명 정도의 작지만 강한 군대, 첨단화되고 인권이 존중되는 군대를 만들어 과거와는 사뭇 다른 현대전의 양상에 대비해야 한다. 모병제로 인한 병력운영비 절감분을 방위력 개선비에 추가 투입하면 가능한 일이다. 지금의 남북대치상황 또한 모병제 도입을 늦춰야할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핵무기·미사일 등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모병제를 통한 군의 정예화·현대화가 시급하다. 군인의 머릿수로, 소총으로 북한의 미사일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모병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자원입대자에게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주어 군을 “가고 싶은 군대”로 만들어야 한다. 대폭적 급여 인상은 물론 전역 후 공무원 채용 할당과 같은 취업상의 혜택 등이 주어지면, 직업선택 차원에서 경찰관·소방관에 지원하듯, 적지 않은 청년들이 자원할 것이다. 월 200만원, 9급 공무원 상당의 대우를 한다고 하면 현재보다 약 3~4조원의 예산이 더 필요한데, 이미 40조원에 이른 국방예산을 감안할 때, 이 또한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인구절벽’이 현실화되는 2025년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8년 남짓이다.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지금 즉시 담대한 용기와 상상력으로 모병제를 추진해야 한다. 마침 대선시즌이다. 대선과정에서 모병제 이슈를 공론화하자. 대선주자들이 모병제를 공약화하여 치열하지만 생산적인 논의를 하고, 차기 대통령 임기 내에 모병제로의 전환을 마무리하도록 하자. 우리 군대를 싸우면 이기는 최강의 정예강군,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민의 군대로 변모시킬 절호의 기회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