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ABC]직원의 부정청탁, 법인 책임은 어디까지?

[the300·the L]하)금품수수 편⑩양벌규정

배소진 기자 l 2016.09.22 06:00


# 최근 드라마를 촬영 중인 신예 00배우. 그가 소속된 A연예기획사 대표 B는 드라마 촬영을 담당하고 있는 방송국의 카메라감독 C에게 00배우가 화면에 잘 나오도록 특별히 신경써 달라고 부탁했다. 20만원 정도 하는 양주 한 병도 슬쩍 건넸다. 이 경우 처벌을 받는 대상은 누구일까.

청탁금지법에서는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직무와 관련된 부정청탁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누구든지'에서 개인(자연인)이 포함되는 것은 이견이 없다. B와 C는 선물 가액 5만원 이상의 금품을 주고받았으므로 해당 가액의 2배~5배에 해당하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문제는 '법인'인 A연예기획사다. 

청탁금지법은 '누구든지'에서 실제 청탁행위를 할 수 없는 법인은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인이나 단체의 임직원(대표자 포함)이 법인·단체의 업무에 관해 부정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제공하는 등 위반행위를 했을 경우 행위자와 더불어 법인·단체에게도 똑같이 해당하는 만큼의 벌금 또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양벌규정'(제24조)을 마련해놓고 있다.

법인 소속 임직원의 업무를 위한 청탁은 결과적으로 법인을 위한 것이며 그 효과도 법인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임직원 청탁의 경우 자신의 이익을 위한 '직접청탁'이 아니라 '제3자를 위한 청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직접청탁이라고 볼 경우 법인 업무를 위한 청탁이 모두 처벌 대상에서 빠지게 돼 입법효과가 크게 저감된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원칙에 반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단서조항을 마련했다.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법인에 대해 면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즉 위 사례에서 A기획사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대표인 B에게 부과되는 과태료나 벌금에 상당하는 처벌을 동일하게 받게 된다. 다만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판명되면 면책 가능성이 있다. 

애매모호한 점은 도대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근거가 무엇이냐는 것. 아직 법이 시행되기 전이고 관련 판례도 전무한 상황에서 권익위 역시 마땅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법인의 업무를 청탁한 행위자가 단순히 직원인지, 법인의 대표자인지도 관건이다. 만일 사례의 B가 기획사 소속 직원이었다면 A기획사는 B에 대한 주의·감독을 철저하게 했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과태료를 면할 수 있다. 

반면 B가 법인의 대표라면 법인이 아무리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주의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면책되기 어렵다는 게 권익위가 내린 해석이다. 법인 대표자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법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2011년 대법원 판례를 참고했다.

[국민권익위 설명 요지]
최근 기업의 거대화에 따른 분산된 운영과 의사결정, 복잡한 재무구조 및 회계 관행을 고려하면 '양형규정'을 둬 법인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 자체로 위반행위 억제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권익위의 기대다. 양형규정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위헌 논란'도 사업주의 관리감독상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받도록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 

다만 사업주가 종업원이나 임직원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주의와 감독을 다해야 면책될 수 있는지는 법 시행 이후에도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꿀팁!]
권익위는 "효과적인 부패방지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지침)를 운용하는 경우 상당한 주의감독 의무 이행 여부 판단에 있어 고려사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미국은 기업이 평소 얼마나 효과적인 부패방지커플라이언스를 수립해 운영하고 있었는지가 기소 여부 및 양형 결정에 가장 중요한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 해외부패방지법 가이드에 따르면 △간부 등 상층부에서 부패에 대해 용납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약속 및 정책이 확립돼 있을 것 △명확하고 자세한 윤리규정 등을 마련해 전 사원에게 전파하고 습득시킬 것 △회사의 인적물적 자원을 컴플라이언스 수립 및 이행에 투입할 것 △부패행위자에 대해서는 적절하고 명확한 징계절차를 구비할 것 △의삼되는 부패행위 적발시 보복이나 비밀유지에 대한 걱정없이 내부적인 고발이나 보고가 가능하도록 절차와 제도를 구비하도록 할 것 등의 내용이 '모범사례'로 제시돼 있다. 물론 이를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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