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디메틸폴리실록산' 2230톤 바다에 방류…기준도 없다

[the300](종합)섭취·노출시 호흡기 타격…일반기업 사용량은 미집계

최경민 기자 l 2016.10.09 17:01
보령화력 전경

발전5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2010년부터 소포제(거품 제거제)로 바다에 뿌린 유독성 '디메틸폴리실록산'이 2230톤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명백한 유해물질이지만 배출허용 기준도 없어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평가다.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발전소 대상 소포제 사용현황 전수점검 결과'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남동발전은 555톤, 중부발전은 719톤, 서부발전은 242톤, 남부발전은 452톤, 동서발전은 233톤, 한수원은 29톤의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소포제에 함유시켜 바다에 배출했다

소포제는 발전소가 냉각수를 배출할 때, 바닷물과 온도 차이로 인해 생기는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물질이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거품을 제거하는 특성을 가진 물질로, 가격이 저렴해 발전소에서 소포제로 널리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디메틸폴리실록산이 어류는 물론 사람에게도 호흡기 및 생식능력 손상 등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해양환경관리법은 '유해액체물질'로 분류, 해양배출을 제한해야하는 'Y 물질'로 명시하고 있다. 법을 어길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해양수산부는 "해양배출을 금지하고 있는 물질"이라고 못박았다. 독성의 명확한 기준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은 양을 섭취하거나 피부를 통해 노출하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2010년부터 지난 6월까지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포함된 소포제 약 1만톤이 발전소를 통해 바다에 방류된 것으로 드러나는 등 관련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가 최근 전수조사에 나섰다. 문제가 된 소포제 중 디메틸폴리실록산이 2230톤으로, 그 비중이 20%에 달했다는 게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1종 사업장이 하루에 배출하는 폐수(2000톤 이상) 만큼 유해물질 디메틸폴리실록산이 바다에 유입된 셈이다. 여기에 발전소들뿐만 아니라 집계가 안 된 일반 기업들이 활용한 양까지 따진다면 디메틸폴리실록산 방출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세부적으로 볼 때, 가장 많은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쓴 발전소는 중부발전의 보령화력(보령복합 포함)으로 572톤에 달했다. 중부발전의 또 다른 발전소인 서천화력은 147톤의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썼다. 

남동발전에서는 영흥화력 456톤, 여수화력 15톤, 삼천포화력 84톤으로 집계됐다. 서부발전은 태안화력 222톤, 평택화력 19톤, 군산복합 1톤이었다. 남부발전의 경우 하동화력은 292톤, 부산복합은 160톤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동서발전의 당진화력은 74톤, 호남화력은 44톤, 동해화력은 1톤, 울산화력은 114톤의 디메틸폴리실록산을 바다에 뿌렸다. 한수원에서도 고리본부는 28톤, 월성본부는 1톤 미만을 배출했다.

특히 디메틸폴리실록산 배출은 서해에 집중됐다. 전체 방류량의 67%(1491톤)가 서해안에 위치한 발전소에서 나왔다. 남해안이 27%(595톤), 동해안이 6%(144톤)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 2014.10.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같이 국내 발전소들이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함유된 소포제를 써온 것은, 이 물질이 해양배출 제한물질로 분류됐음에도 세부적인 '기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찬열 의원은 "배출 기준치가 없다는 핑계로 발전소들이 그동안 유해물질을 버젓이 바다에 버려온 것"이라며 "한수원과 발전 5사들의 도덕적 해이와 환경의식 부재가 낱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발전소들은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해양배출 금지물질(X류)이 아니라 제한물질(Y류)로 규정돼 있으며, 허용농도 등 세부기준도 없다"고 해명한다. 산업부도 이와 유사한 입장이다. 해수부가 '배출 금지' 입장을 고수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국회 산자위 소속의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이같은 부처간 의견 불일치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반복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난달 27일 지적했다. 그는 "산업부는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겪고도 유해물질을 대하는 태도가 변함없이 소극적이다. 환경부는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본 자료조차 구축하지 않았다"며 "산업부가 관리하는 석유화학공단 입주업체들만이라도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부측은 이찬열 의원실을 통해 "현재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포함된 소포제를 사용하고 있는 발전소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화력발전소 사용은 지난해, 원전 사용은 지난 8월까지만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 산업부는 "향후 유사사례를 예방하고, 발전사의 환경부문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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