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공매도 전당포' 오명에 곤혹··"차라리 주식대여 금지를"

[the300][런치리포트-한미약품 불똥 튄 공매도③]국민연금 대여주식 공매도 활용 논란

심재현 기자 l 2016.10.11 05:25

국민연금공단의 공매도 이슈는 꽤 오래된 이슈다. 공매도가 논란이 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게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이 직접 공매도를 하진 않지만 다른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에게 빌려준 주식의 상당수가 공매도에 이용된다는 추정에서다.

국민연금이 빌려준 주식이 실제로 공매도에 이용됐는지 확인된 적은 없다. 대여주식은 증권결제, 담보제공, 바스켓구성, 차익거래 등 다양한 투자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빌려간 주식을 다시 대여하거나 다른 기관에서 빌린 주식과 함께 활용하는 방법까지 감안하면 거래구조가 복잡해 현실적으로 어떻게 쓰였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규모와 시기를 고려할 때 적잖은 대여주식이 공매도에 활용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애초에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를 허용한 취지는 보유주식을 가만히 놀려두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굴려 이익을 내자는 것이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식대여로 이자 이익 190억원을 거뒀다. 2013년에는 98억원, 2014년에는 14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입장에선 공적자금인 국민연금이 공매도 세력에 이용당하는 상황을 방치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운용자산 540조원 중 97조9000억원(18.1%)가 국내주식에 투자된다. 국내 전체 상장 주식의 6%가 국민연금 소유다. 국민연금=공매도 전당포'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금지를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냈다. 20대 국회 들어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대여금지법 통과가 해법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주식대여에 비판적인 여론 때문에 일정한 수준을 넘기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며 "차라리 법으로 주식대여를 금지해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학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신중론이 대세다. 무조건 주식대여를 금지하는 게 비판여론에 기댄 포퓰리즘 법안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학용 전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2월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대여 규모는 6979억원으로 국내주식대여 전체시장의 1.31%에 그친다.

이는 글로벌 연기금의 4분의 1 수준이다. 미국계 글로벌은행 SSBT(스테이트 스트리트 뱅크 앤 트러스트)에서는 글로벌 공적연기금의 주식대여비중을 5% 수준으로 파악한다. 국민연금의 주식대여가 공매도로 악용되더라도 시장 변동성을 키울만한 규모는 아니라는 얘기다.

지천삼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장은 "일부 악용 가능성 때문에 제도를 없애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설명 : 공매도란 보유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가 하락을 예상해 증권사 등에서 주식을 빌려 판 뒤 나중에 되사서 갚는 매매행위를 말한다. 매도 뒤 주가가 하락할수록 차익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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