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문란 최순실, 풀리지 않은 의혹들

[the300]朴 대통령, 연설문만 인정…언급 없는 미르·K, 논란 가중

지영호 기자 l 2016.10.26 18:11
26일 오후 대구 중구 2.28공원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下野)' 요구 대구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 긴급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2016.10.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선실세로 드러난 최순실씨 관련 의혹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의 사과에는 임기 초 연설문 유출에 대한 부분만 인정했을 뿐 최씨의 국정개입과 재단설립 의혹 등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2분에도 못미치는 녹화 사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최씨 관련 의혹들이 추후 밝혀질 지 주목된다.

◇최씨 어디까지 개입했나=지금까지 jtbc가 확인한 청와대 유출문서는 200여개로 알려져 있다. 이중 연설문 44개(24일)에 이어 국가안보 관련 기밀자료(25일)를 추가로 공개했다. 인수위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군 기밀을 포함한 단독회담 내용도 포함됐다. 대통령이 "연설문과 홍보물에서 (최씨의) 도움받았다"고 한 사과 조차도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해당 언론사의 추가 폭로가 예상된다. 청와대는 사과 발표 이후 지금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사과 이후 검찰 수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최씨의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PC를 분석 중이다. 여기에는 연설문만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의 사과발언과 달리 최씨는 연설문 외에도 정책이나 인사까지 개입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최씨가 운영하는 사조직이 사실상 국정운영을 했다는 것이어서 그 실체와 범위에 이목이 집중된다.

한겨례 보도에 따르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씨가 대통령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시키는 구조"라며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 최씨한테 다 물어보고 승인이 나야 가능한 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는 주로 자신의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사안을 논의했다"며 비선실세 조직이 있었음을 폭로했다.

아울러 최씨가 대한항공 등 민간기업의 인사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파장은 재계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사과에서 빠진 최순실 재단 사유화 논란=
의혹 투성이인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의 최순실씨 사유화 의혹도 아직 풀리지 않은 대목이다. 현재까지는 청와대의 입김으로 대기업이 모금에 동참해 만들어진 재단이고, 이 재단을 형성하는데 최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만 나온 상태다.

특히 K스포츠재단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 지원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나온다. 초대 이사장인 정동구 한국체대 명예교수가 한달만에 사임하고 최씨의 단골 마사지센터장인 정동춘 원장이 2대 이사장으로 부임한 것이 이런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여기에 최씨의 회사로 알려진 비덱(Widec)스포츠와 같은 건물에 있는 더블루케이 등이 K스포츠재단의 자금유용 창구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씨 만큼이나 미르재단에 깊숙하게 관여한 차은택 감독에 대한 의혹도 해소된 것이 없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문수석의 조카인 차 감독은 최씨 외에도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 송성각 콘텐츠진흥원장, 김형수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 등과 인연이 있는 인물로 미르재단 설립에 상당부분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25일 사과문 발표에서 두 재단에 대한 언급을 피했지만 이전까지 최씨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발언들을 줄곧 해왔다.

지난달 22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최씨가 개입됐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폭로성 발언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나무랐다.

국정감사를 통해 의혹이 확대되자 지난 20일 회의에서는 "어느 누구라도 재단 관련해 자금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모금과 설립 관련 의혹에 방점이 있는 사안을 자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재단들에 '자금유용' 문제로 처벌한다는 내용이어서 의문이 커지기도 했다.

◇해외 자금 유출 의혹=최씨가 최근까지 독일에 거주하면서 여러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금의 해외 유출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 매우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는 목격담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현재 독일 검찰과 경찰에서도 수사가 시작됐다는 독일지역언론의 보도도 나온 상태다.

현지 언론은 지금까지 공개된 비덱스포츠와 더블루케이 외에도 최씨가 설립한 회사가 14곳에 이른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우리 검찰도 최씨의 횡령 혐의를 조사 중이다. 최씨는 비덱스포츠와 더블루케이 등 페이퍼컴퍼니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대기업이 이들 재단에 출연하는 과정에 관여한 전경련, 재단, 더블루케이 관계자 등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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