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朴대통령 멘토' 최태민 향하나

[the300][런치리포트-최태민·최순실 재산몰수 가능할까]③

심재현 기자 l 2016.11.08 05:45

'최태민·최순실 특별법'이 잇따라 추진되는 배경에는 최태민·최순실 일가가 권력을 이용해 부정축재한 재산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분이 깔려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넘어 최순실씨의 부친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고 최태민씨를 겨냥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씨 일가가 부정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주변 지인들의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 최씨 일가의 재산은 드러난 것만 4000억원대로 집계된다.

최태민씨의 의붓아들로 2008년 사망한 고 조순제씨는 생전에 남긴 녹취록에서 최씨 일가가 생활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가난했다가 1970년대 중반 갑자기 재산이 늘었다고 증언했다. 조씨는 "1975년 구국선교단을 조직하고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애였던 박 대통령을 명예총재에 앉힌 뒤 돈 천지였다"며 "돈은 최태민이 관리했다"고 말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최태민씨가 설립해 총재를 맡은 '구국여성봉사단'의 명예총재를 맡으면서 청와대에는 최씨가 대통령 딸의 이름을 팔아 기업에서 기부금을 걷고 정부 부처를 돌며 이권에 개입한다는 진정이 잇따랐다.

박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항소이유보충서에서 "구국여성봉사단이라는 단체가 얼마나 많은 부정을 저질러왔고 국민들의 원성이 되어왔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10·26 사태의 계기를 '최태민과 박 대통령의 관계'로 꼽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최씨 일가가 전두환 정권에서 환수당한 부정축재 재산이 당시 돈으로 60억에 달한다는 증언도 나온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현재 가치로 1000억원에 이르는 액수다.

이영도 박정희숭모회 회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두환 정권이 들어섰을 때 최태민을 조사해서 부정축재한 금액을 환수했는데 당시 기록으로 60억원 정도라고 한다"고 말했다.

조씨의 녹취록에는 10·26 사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준 6억원을 최씨 일가가 빼돌린 정황도 담겨있다. 조씨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친해진 시기가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한 10·26 이후"라며 "10·26 사태 이후 뭉텅이 돈이 왔는데 그걸 관리하는 사람이 있고 심부름하는 사람이 있지 않았겠냐"고도 했다.

박 대통령의 동생 근령씨의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지난 1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당시 강남 아파트 1채 가격이 200만원이고 6억원은 아파트 300채 가격"이라며 "박근령씨와 남동생 박지만 EG 회장에게 준 아파트 1채씩을 제외한 나머지 298채 아파트는 어디로 간 것이냐"고 말했다.

또 "최순실씨가 유치원 사업을 해서 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유치원으로는 그 정도의 금액을 만들어낼 수 없다"며 "이번 기회에 최씨 일가의 부를 낱낱이 조사해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만씨와 근령씨 남매는 1990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최태민이 아버님 재직시 아버님의 눈을 속이고 누나의 비호 아래 치부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자신의 축재 행위가 폭로될까 봐 누나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며 "누나(언니·박 대통령)가 최태민에게 속고 있으니 구해달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가 엮인 영남대 사태도 재조명되고 있다. 전두환 정권에 대부분의 재산을 압수당한 최씨 일가가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았던 영남대 운영에 개입하며 다시 재산을 모았다는 의혹이다.

영남대의 전신인 대구대 설립자 고 최준 선생의 손자 최염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영남대 이사로 학교를 장악했던 8년여 동안 최씨 일가가 학교 운영을 좌지우지하면서 법인 재산을 팔아치우고 부정입학을 주도했다"며 "그 돈이 지금 최순실 재산의 한 부분이 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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