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탄핵' 자진촉구…朴대통령 '면죄부' 승부수

[the300] 헌재 심판에서 승산 있다고 판단…탄핵 인용돼도 임기 거의 다 채울 수 있어

이상배 기자 l 2016.11.20 17:53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청와대가 정치권을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자진 촉구했다. 대통령 직에 대한 '사형선고'와도 같은 탄핵을 스스로 유도한 것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각하' 결정을 끌어내 법적 '면죄부'를 받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헌재에서 탄핵 '인용'(수용)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낮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춘추관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 빨리 이 논란이 매듭돼 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합법적 절차가 탄핵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정 대변인은 "그대로 이해해달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더라도 헌재에선 승산이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날 정 대변인이 "박 대통령은 앞으로도 국정에 소홀함이 생겨나지 않도록 겸허한 자세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방증한다.

실제로 국회가 박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더라도 헌재가 이를 받아들일 공산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헌법 제65조에 따르면 헌재에서 탄핵에 대해 인용을 결정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새누리당 등의 추천을 받은 보수 성향의 법관이다.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각하한 데서 보듯 헌재는 대통령 탄핵 요건을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내년초 헌법재판관 2명의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도 탄핵 인용의 가능성을 낮춘다. 내년 1월엔 박한철 헌재소장, 3월엔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한다. 이 가운데 이 재판관은 진보 성향의 법관으로 분류된다. 임기 만료되는 헌법재판관 자리에 대한 인선이 늦어져 2명이 공석으로 남을 경우 탄핵 인용은 더욱 어려워진다. 헌법재판관이 7명으로 줄어도 탄핵 인용에는 여전히 6명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즉시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박 대통령은 헌재의 각하 결정이 내려짐과 동시에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

만에 하나 국회의 탄핵소추를 헌재가 인용하더라도 절차가 지체될 경우 박 대통령으로선 임기를 거의 다 채울 수 있다. 국회로선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검찰이 아닌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특검 조사로 직행할 뜻을 밝힌 만큼 당사자에 대한 직접조사 결과가 반영된 특검 수사 결과가 법적으로 완성도가 더 높다는 점에서다. 특검 기간은 최대 120일이고, 헌재의 심판은 최장 180일까지 걸릴 수 있다. 이론상 길게는 10개월까지 소요되는 셈이다. 박 대통령의 원래 임기가 2018년 2월까지라는 점에서 정식 임기와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엔 헌재 심판에 약 2개월이 걸렸지만, 당시엔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인용 결정을 내는 과정과 같다고 볼 순 없다. 탄핵 심판 기간 동안 박 대통령은 권한이 정지되지만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내각에 대해 박 대통령이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한다고는 보기는 어렵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지만 국정공백이 출구도 없이 계속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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