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재개한 안철수, 문재인 표적으로 삼은 까닭

[the300]부패기득권세력으로 文 우회 지목…지지율·당내 입지↓, 반등 수단 삼은 듯

지영호 기자 l 2017.01.05 16:19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결선투표제의 필요충분조건-민의와 정의의 길찾기'를 주제로 열린 국민정책연구원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6.12.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일주일여의 침묵을 깨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표적 삼아 활동을 재개했다. 지지율 하락이 심상찮은 안 전 대표 입장에선 대선주자 1지지율 1위인 문 전 대표와 야권내 양강 구도 형성을 당면 목표로 삼은 셈이다.

 

안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여권 대신 문 대표를 겨냥했다. 안 대표는 최근 SNS에 올린 글에서 문 전 대표와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민주당에선 문 전 대표가 제일 유력한 후보이고 자신이 국민의당 후보가 된다면 대선은 둘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VS 국민의당’ ‘문재인 VS 안철수 ’의 구도를 희망한다는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전 대표를 '부패한 기득권세력'으로 규정하며 척결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개혁법안을 대선 후에 하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부패기득권 세력"이라며 이번 대선을 "대선 이전에 하자는 개혁세력과 나중에 하자는 수구의 대결"이라고 압축했다.

 

안 전 대표가 주장한 개혁법안은 정치개혁, 즉 개헌이다. 문 전 대표가 '시기조절론'으로 대응하고 있는 개헌 방침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문 전 대표를 반개혁세력, 부패기득권 세력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책임정치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시절 재보궐선거에서 1석을 빼앗긴 것과 국민의당 공동대표 때 김수민 의원 문제와 관련해 대표직에서 물러난 자신의 행보를 책임정치의 일환이라고 상기시켰다. 문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4석이 걸린 2015년 4·29 재보궐선거에서 '전패'를 당하고도 당대표 직에서 물러나지 않은 것과 호남 민심을 얻지 못하면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과 대비시킨 것이다.

 

안 전 대표의 이런 행보는 절박감의 해석으로 읽힌다. 한때 문 전 대표를 위협했던 안 전 대표의 최근 지지율은 이재명 성남시장에도 떨어진 3위권 밖이다. 촛불 정국에서 거리로 나섰음에도 주목을 끌지 못했다. 자칫 군소후보로 전락할 경우 반등의 기회조차 잃을 수 있다. '문재인-안철수' 대결 구도가 분위기 전환의 노림수로 읽히는 대목이다.

 

문 전 대표의 '역린'이라 할 수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한 것도 절박감의 다른 표현이다. 그는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것은 '유불리를 떠나 행동하고 결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가 거리를 두고 있는 '결선투표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문 전 대표가 결선투표제를 받는다면 안 전 대표가 구상하는 문-안 구도는 유리하게 흐를 수 있다. 반문재인 세력이 통합할 경우 해 볼만한 승부로 점쳐진다. 18대 대선에서 야권 통합 실패에 따른 대권 포기도 문 전 대표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우군으로 꼽히는 김성식 의원이 호남의 지지를 받은 주승용 의원에 패한 것이 더 큰 원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문 전 대표와 상대할 수 있는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해 불완전한 당내 입지를 회복하고자 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호남의 당 지지율과 후보 개인의 지지율 하락이라는 2중고를 겪고 있는 안 전 대표에게 조기 대선 국면에서 조바심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원내대표 경선에서 드러난 당내 입지를 고려할 때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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