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개헌특위 출항…관건은 개헌 시점·범위

[the300]종합

심재현 지영호 김성휘 우경희 기자, 그래픽=이승현 유정수 디자이너 l 2017.01.06 09:30
개헌특위 출항…관건은 개헌 시점·범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가 5일 '87년 체제'를 바꾸는 헌법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개헌이 대선 이슈로 부상하면서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대체할 권력구조와 개헌 시기 등 개헌특위의 활동이 대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위는 이날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 여야 간사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새누리당 이철우·국민의당 김동철·개혁보수신당(가칭) 홍일표 의원을 각각 선임했다. 1987년 이후 30년 만에 가동된 개헌특위에는 여야 의원 36명이 참여한다.

개헌특위 활동의 최대 쟁점은 개헌 시기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결정 시점에 따라 조기대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헌이 대선 룰과 직결된다는 점에서다. 언제 개헌을 하느냐에 따라 차기 국가원수가 대통령이 될지 국무총리가 될지,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몇 년이 될지 등이 달라진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개헌특위 논의는 최대한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며 "대선 전 개헌을 완료해 새 헌법체제로 선거를 치르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 등 구여권과 개헌 즉각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의당 등 이른바 제3지대 의원들은 대선 전 개헌을, 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일부 의원들은 대선 후 2018년 개헌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등 야권 주요 대선주자도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걸고 실제 개헌은 다음 정부 초반인 2018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로 완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2019년 개헌을 완성한 뒤 2020년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자는 입장을 냈다.

개헌 시기와 맞물려 개헌범위도 쟁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권력구조에 집중한 '원포인트 개헌론'이 대선 전 개헌 주장과 맞닿아 있다.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지 모든 걸 다 해결하겠다고 하면 결론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제일 중요한 현안인 권력구조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합의해 새로운 헌법으로 선거가 이뤄지도록 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민 기본권 신장과 지방분권 강화,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폭넓게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팽팽하게 맞선다. 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권력구조 등에 편중된 논의보다는 국민의 기본권이나 미래, 통일문제, 사회적 경제 등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력구조 개편안으로는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외치와 내치를 분담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에 대한 선호가 높은 편이다.

개헌특위가 닻을 올렸지만 개헌 시기와 범위를 두고 여야는 물론, 대선주자들의 입장까지 엇갈리면서 대선 전 개헌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18·19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에서 개헌안을 마련했지만 정치권 논의 과정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다만 대선 전 개헌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개헌세력간 연대는 대선구도를 좌우할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호헌 대 개헌' 구도가 '문재인 대 반문재인'의 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선 다자구도에서는 문 전 대표가 대세론을 형성했지만 '문재인 대 반문재인'의 구도로 바뀐다면 대선 레이스가 다른 판세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작성한 '개헌보고서'를 두고 개헌특위에서 신경전이 빚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개헌 논의에서 당리당략에 빠져선 안 되는데 모 정당에서 사실상 '개헌저지 보고서'를 냈다는 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개헌특위는 오는 11일,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우선 기존 개헌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특위는 △입법·집행부 권력구조 및 개헌절차 △법원·헌재 권력구조 및 정당·선거제도 △기본권 및 통일·경제 △지방분권 및 재정 등 크게 4개 소위로 구성돼 운영된다.


'오리무중' 통치구조…국회 '내각제', 대권주자 '중임제', 민심은?



국회가 5일 헌법개정 특별위원회(이하 개헌특위)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헌 논의에 착수했다. 개헌 필요성에는 대부분의 사회구성원이 공감하면서도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주체별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통일된 안을 도출할지 주목된다.

 

국회는 모처럼 맞은 개헌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권력 분산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정당별, 세력별 주장에 차이가 있지만 국회의 중심이 되는 흐름은 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분권형 개헌이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지지 않는 관행을 뜯어고치기 위해선 의회 해산이 가능한 내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내각제는 대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행정부 구성 권한을 갖지만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 해산 후 총선거를 치르는 방식이다. 만약 내각제 요소가 가미된다면 지금처럼 여당이 박근혜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을 비호하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내각제가 대통령 중심제에 비해 보다 충실하게 민의를 대변할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특히 국민적 요구에 따른 인기영합적 정책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잦은 내각 교체로 인한 정국의 불안정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수당이 의회를 독점할 경우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해 국민적 요구를 등한시 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개헌 성사 여부의 키를 쥔 대선주자들의 입장은 조금 더 복잡하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의 대선후보 신년 정책설문에서 개헌시 바람직한 통치구조에 대한 답변은 각양각색으로 나타났다.

 

연합정부 구성을 요구하는 손학규 전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는 김부겸 민주당 의원, 대통령 직선제를 가미한 내각제 도입을 내세운 원희룡 제주지사 정도만 내각제 요소가 가미돼야 한다고 봤다.

 

오히려 대선후보들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재명 성남시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개혁보수신당(가칭)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이 무게를 싣고 있다.

 

개인별 온도차도 있다. 이 시장은 △직접 민주주의 보장 △지방분권 강화 △감사원 국회 이관 △국회의원 소환제 등이 담긴 이른바 '종합선물세트형 개헌'을 요구한다. 남 지사는 대통령을 직선제로 뽑되, 의석 비율에 따른 내각 구성이라는 '한국형 협치 대통령제'를 제안하고 있다. 유 의원은 '안정적 리더십'에, 오 전 시장은 '임기단축 공약'에 각각 방점을 찍는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은 자치분권 개헌에 무게를 싣는다. 권력구조에 집착하기보다 지방 권력을 중앙정부가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이 시장도 이 부분에 동의하고 있다.

 

지지율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입장이 불명확하다는 점은 또 다른 변수다. 당내 개헌저지 보고서가 공개돼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는 문 전 대표는 개헌 논의를 당 지도부에 일임하는 등 소극적인 입장이다. 반 전 총장도 개헌 필요성에 대한 발언만 내놨을 뿐 시기나 방향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대통령 탄핵 정국의 동력이 된 민심은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개헌 시기에 대한 의견은 오락가락한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적게는 오차범위 내에서, 많게는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반면 개헌 시점에 대해선 '차기 정부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답변과 '대선 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여론조사기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개헌', 대선 때마다 화두…주판알 튕기기에 번번이 무산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헌법개정 특별위원회의에서 이주영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7.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0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정치를 선진화해야 한다"며 개헌을 시사했다. 친이계 좌장이던 이재오 당시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개헌론에 불을 붙였다. 이때 찬물을 끼얹은 사람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당시 유력 차기주자였던 박 대통령은 개헌론에 일체 응하지 않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보였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4년 연임제를 핵심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추기 위한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한마디로 개헌론을 일축했다.

 

박 대통령이 두 번 무산시킨 개헌 논의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박 대통령 임기중에도 개헌론은 끊임없이 나왔다.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이원집정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청와대가 적극 호응하지 않아 개헌론이 불붙지 않았지만 여권의 개헌 주장 배경을 두고 말이 많았다.

 

실제 여권의 개헌론 주장이 불거질 때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보수진영의 대권후보로 부상하기 시작하던 시점이 맞물린다. 반 총장 당선에 유리한 정치지형을 만들기 위해 개헌론을 활용하려 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해석이었다.

 

개헌론이 ‘설’로만 존재하고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던 것은 특정 의도를 품은 개헌이라는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권력을 쥔 진영이 정권재창출이나 권력유지를 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의혹이 매번 제기됐다. 의혹은 반대진영의 강한 반대를 불러왔고 안 그래도 어려운 개헌의 동력 자체를 약화시켰다.

 

개헌을 전제로 한 정치권의 이합집산으로도 개헌 성공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것 역시 헌정사가 보여준다. 1990년 민주정의당(노태우)과 야당인 통일민주당(김영삼), 신민당(김종필) 합당으로 14대 대선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됐다. 하지만 합당 조건으로 김종필 전 총리가 주장했던 내각제 도입 개헌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1997년 새천년국민회의(김대중)와 자유민주연합(김종필)도 개헌을 통한 연립정부 구성을 전제로 손을 잡았다. DJP연합의 힘으로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후보를 꺾고 김대중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내각제는 끝내 추진되지 못했다. 김종필 전 총리는 두 차례 대선을 통해 개헌을 추진했지만 약속했던 선물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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