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레터]남경필·유승민, 그들에게 타이밍이란?

[the300]출마선언부터 꼬이는 두 후보의 타이밍…조절능력 키워야

고석용 기자 l 2017.03.02 14:51
대선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유승민과 남경필.

바른정당의 투톱 대선주자들이다. 지지율이 아직 한자릿수지만 보수 진영에선 나름 선두권이다. 탄핵 정국 속 매주 참신한 정책 공약을 내놓는 것도 개혁 보수, 따뜻한 보수 이미지를 더한다.


2일 유승민 의원은 복지 공약을, 남경필 경기지사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각각 내놨다. 유 의원은 국민연금 최저연금액 보장, 건강보험 본인부담률 인하, 기초연금 차등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중부담 중복지 2호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연금 최저연금액은 80만원으로 공약했다. 남 지사는 대기업집단법 제정과 과 금산분리 완화를 제시했다. 대기업집단법은 공정거래법, 금융 관련법, 재벌 관련 세법 등을 모은 특별법이다. 과거 보수 정책과 차별화되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타이밍이 겹치다보니 둘의 시너지보다 분산되는 느낌이 든다.


지난달 26일에도 나란히 보육 공약과 노동 공약을 발표하더니 이날도 비슷했다. 마치 서로 짠 것처럼 같은날 같은 시간대다. 현장에 갈 때도 그렇다. 양 캠프가 같은 타이밍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면 결과적으론 실패다. 남 지사는 공약발표 직후 "제 공약들 참 좋은데 이슈가 안 되네"라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시선이 분산된 것도 하나의 이유로 지적된다.


유 의원과 남 지사 모두 비슷한 전략으로 중도층을 잡는 '좌클릭' 공약을 발표하는데 '둘 다 좌클릭'이란 추상만 남겼을 뿐 각자의 색깔은 사라졌다.


거슬러 올라가면 출마선언 때부터 둘이 겹쳤다. 두 후보 모두 설 연휴를 앞둔 1월 25일 출마선언을 계획했다. 27일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 민심에 기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25일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같은 날을 택한 게 문제였다. 결국 유 의원이 막판에 출마선언일을 하루 미루는 것은 ‘타협’이 됐다. 남 지사 일정 때문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하루 연장 때문에 두 후보 모두 그날의 이슈 메이킹에는 성공했다.


같은 날 같은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선 득이지만, 관심이 분산된다는 면에선 독이다.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하다. 관심을 먹고 사는 게 정치인만큼 어떤 타이밍에 어떤 행보를 할지, 어떤 메시지를 던질 지는 중요한 정치 전략이다. 잘못된 타이밍 전략은 본인과 참모진 모두의 잘못이다.


바른정당과 두 후보의 지지율 부진은 꼭 보수 분열과 탄핵만이 이유는 아니다. 괜찮은 상품이 잘 팔리지 않는다면 판매전략부터 다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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