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구레터' 1천통 총력전, 바른정당 광주전남 창당

[the300]당 지도부·핵심의원들 5.18 추모탑 참배..호남구애 총력

우경희 기자 l 2017.03.05 14:45
이종구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7.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바른정당이 이종구 정책위의장의 '1000통 편지' 등 총력전 끝에 야권 텃밭인 광주전남에 푸른 깃발을 세웠다.

 

바른정당은 5일 오후 조선대 해오름관에서 광주전남 시도당 창당대회를 가졌다. 차별화된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바른정당이 호남 구애를 통해 얻은 첫 결과물이다. 호남 입지 구축은 전국 정당으로의 출발이기도 하다.

 

정병국 당대표는 이날 창당대회에 앞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1980년 5월에 구속된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당대표까지 됐는데 그 분들의 뜻을 완전히 실현하지 못한 자책감을 느낀다"며 "이를 실현하는 것은 따뜻하고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야 하는 길이고 그 길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현재 광주전남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 지역별 정당지지도에서도 자유한국당에 뒤쳐진다. 호남 지역에서조차 기존 보수 세력과 차별화하는 전략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바른정당은 이번 창당대회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리스크도 컸다. 정치적 험지에서 대대적인 지역 창당대회를 연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었다. 잘 되면 외연확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면 망신만 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려가 큰 만큼 절박하게 매달렸다. 특히 지역에 기반을 가진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발벗고 나섰다. 이 의장의 부친인 고(故) 이중재 의원은 6선 중 3선을 전남 보성에서 했다. 이 정책위의장이 직접 '바른정당을 도와달라'는 편지를 지역 유력자 1000명 이상에게 보낸 배경이다.

 

이 정책위의장은 편지를 통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 한 사람을 지키는 작은 의리보다는 헌법과 민주주의,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더 큰 대의를 택하기로 해 탄핵을 주도했다"며 "보수의 가치에는 동의하나 당이 싫어서 찍지 못하겠다는 호남분들에겐 이제 바른정당이 있다"고 호소했다.

 

또 "박근혜정부 하에 호남분들이 인사차별을 당했다는 얘기가 많은데 바른정당은 호남의 유능한 인재들이 차별받지 않고 자질과 능력에 따라 고루 등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을, 호남의 민심을 하늘같이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지도부는 창당대회에 앞서 정 대표 등 지도부가 일제히 5.18 민주항쟁 추모탑을 참배해 광주에 들이는 정성을 실감케 했다. 바른정당은 창당 이후 호남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전북 출신인 정운천 의원을 최고위원에 선임했고, 당의 정강정책 전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명시하기도 했다.

 

이날 창당대회에는 정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이 정책위의장은 물론 김무성 의원, 정운천 이혜훈 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 대권주자들도 함께 광주를 찾았다.

 

바른정당은 이날 창당대회로 광주전남 시도당까지 총 16개 시도당을 갖추게 됐다. 충북도당 창당이 예정돼 있어 시도당 조직은 17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래는 이종구 정책위의장의 편지 전문.

바른정당을 도와주십시오.

안녕하십니까? 바른정당 정책위의장, 국회의원 이종구입니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정국의 한복판에서 맞이한 2017년 정유년도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저의 집안은 대대로 전남 보성에 뿌리내리고 살아왔으며, 선친이신 고 이중재 의원께서는 호남 분들의 사랑으로 정치를 하셨습니다. 바른정당에 많지 않은 호남출신 의원 중 한 사람으로 광주와 전남지역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계파 패권, 불통, 독선, 비선, 오만의 정치로 일관했습니다.

저희들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쇄신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번번이 좌절되었고 오히려 공격당하는 적반하장의 상황이 지속되었습니다. 치열한 고민 끝에 저희들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 한 사람을 지키는 작은 의리보다는 전체 국민들의 여망에 따라 대한민국 헌법과 민주주의 그리고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더 큰 대의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특정인의 사당이 된 새누리당 안에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만들어갈 수 없다는 뼈아픈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민 앞에 참회하며 진정한 보수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른정당 창당은 이런 고뇌에 찬 결단의 결과입니다.

바른정당은 “정의로운 나라, 깨끗한 사회, 따뜻한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민주공화국의 자유와 평등, 헌법정신이 빛나는 나라, 특권이 용납되지 않고 공정한 경쟁 속에 누구나 성공할 기회가 있는 나라,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고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나라, 이것이 바른정당이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저희들은 이러한 참된 보수의 가치를 가지고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당당하고 떳떳한 정당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순신 장군께서는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라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호남이 없다면 국가도 없다는 이 말씀처럼 국란이 있을 때마다 앞장서서 싸운 곳이 바로 호남입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보수정당은 광주·전남지역에서 지지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그 이유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가해자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저희 바른정당은 정강정책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을 명시했습니다. 민주화운동을 이끈 호남정신을 존중한다는 의미입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호남 분들이 인사차별을 당했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바른정당은 호남의 유능한 인재들이 차별받지 않고 자질과 능력에 따라 고루 등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보수의 가치에는 동의하시나 당이 싫어서 찍지 못하겠다는 호남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제 바른정당이 있습니다.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을, 호남의 민심을 하늘같이 받들겠습니다.

조만간 바른정당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이 창당됩니다. 광주·전남의 민심을 얻기 위한 바른정당의 행보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2월

바른정당 정책위의장 이 종 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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