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레터]돌아온 '진보 싸가지론'

[the300]'싸가지 있는 진보' 안희정이 '싸가지 없는 진보' 문재인을 넘으려면

김태은 기자 l 2017.03.07 16:03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지지를 선언한 이철희·기동민·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나란히 서 있다. 왼쪽부터 안 지사, 이철희, 기동민, 어기구. 2017.3.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싸가지 있는 진보’. 지난 5일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를 선언한 기동민·어기구·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꺼낸 화두다. “꿈 없는 보수도 수구이지만 품 없는 진보 역시 수구”라며 “안 지사는 품이 넓고 싸가지가 있는 진보이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했다. 

7일 안희정 캠프 의원멘토단장으로 합류한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결국 ‘싸가지’와 연결되는 듯하다. 박 의원은 “아프더라도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단호함과 그런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포용과 아량이 함께 필요하다. 안 지사에게 그런 넓고 따뜻한 마음이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안 지사를 '싸가지 있는 진보'라고 평하는 반대편엔 '싸가지 없는 진보'가 존재한다. 성향상 비문(비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경계하는 ‘싸가지 없는 진보’는 예상가능하다. 타깃은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패권주의적 행태다.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폐쇄성, 공격성에 대한 반감의 표시다. 같은 당 비문계 의원들에게 가해진 문자테러가 단적인 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친문쪽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아본 의원들의 충격과 상처는 매우 크다”며 “문재인을 좋아해도 그때 받은 상처 때문에 선뜻 지지 결심이 안 된다는 의원도 적잖다”고 전했다.

'싸가지 없는 진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하반기 강준만 전북대학교 교수는 그의 저서 '싸가지 없는 진보'에서 진보 진영의 '싸가지 없음'이 집권의 걸림돌이란 주장을 펼쳐 이른바 '싸가지' 논쟁을 촉발시켰다. 

강 교수는 운동권 체질이 남아있는 강경파 의원들을 겨냥했다. ‘민주 대 반민주에 근거한 선악 이분법’ 하에 우월 의식에 사로잡혀 상대편에 대해 분노와 심판, 응징에 골몰하는 운동권 방식의 정치를 지속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친노(친 노무현) 강경파'와 중도 노선의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간 갈등이 불거질 때여서 ‘싸가지 논쟁’은 화제가 됐다. 

이 때 강 교수는 '싸가지 없는 진보'에 대한 해법으로 싸가지는 없을지언정 이들마저 포용하고 화합하도록 '큰 싸가지'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즉 '싸가지 있는 진보'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2년여가 지나 '싸가지 있는 진보'를 내걸고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진보의 진보’로 평가받을 만 하다. ‘싸가지 있는 진보’는 안 지사의 강점인 ‘자세와 태도’의 다른 표현이다. 포용, 관용, 타협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는 결국 통합, 대연정 등 정치 언어로 재가공됐다. 

다만 탄핵정국 이후 조기 대선 때 국민들이 ‘진보의 싸가지’를 어느 정도 평가해 줄 지가 관건이다.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주춤한 것도 '선의 발언', 즉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과도한 '싸가지' 때문이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