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레터]'웰빙 DNA' 못버린 바른정당의 '15분 쇼'

[the300]뼈를 깎는 창당 정신 실종 내부 비판 목소리

김태은 이건희 기자 l 2017.03.08 15:35

정병국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과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8일 서울 여의도역에서 국민통합·헌재 존중 대국민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017.3.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바른정당 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들이 거리로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정치적 정당성을 호소하기 위한 대국민 캠페인 차원이었다. '국민통합·헌재존중'이라고 적힌 띠를 두른 바른정당 의원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겠습니다'라고 적힌 전단지를 나눠주며 국민들에게 다가갔다.


서울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2열로 나란히 서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바른정당입니다", "반갑습니다", "좋은하루 되십시오" 등의 인사도 건넸다. 김성태 바른정당 사무총장이 "헌재존중"을 선창하면 나머지 의원들이 "국민통합" 구호를 외치며 바른정당의 존재를 알렸다. 김용태 바른정당 대선기획단장은 "저희 바른정당은 탄핵이 기각되면 전원 사퇴하겠다"며 탄핵 심판에 임하는 각오를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꽃샘추위보다 더 싸늘한 국민들의 시선이었다. 시민들은 추운 날씨에 이들이 나눠주는 전단지에 눈길을 주지 않은 채 갈 길을 재촉하는 분위기였다. 의원들을 찍는 카메라를 보고 오히려 피해가는 시민들도 많았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시민들이 저희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차가웠다"고 했고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국민들이 아직 차가운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타까움은 국민들이 아닌 바른정당에서 기인한다. 이날 시민들이 바른정당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줄 만한 시간과 정성이 충분했는지 의문이다. 캠페인에 나선 바른정당 의원은 16명,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절반도 안 된다. 캠페인 시간도 고작 15분에 불과했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영하 3도의 추위가 부담스러웠던지 캠페인을 촬영하러온 카메라들이 사라지자 서둘러 철수했다. 바른정당 관계자조차 "카메라가 그림을 다 찍고 나니까 할 일을 모두 끝냈다는 듯이 캠페인을 종료하는 게 쇼가 아니면 뭐냐"고 꼬집었다.


바른정당이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서 기존 새누리당과 다른 보수를 내걸고 창당했지만 절박감, 뼈를 깍는 각오 등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최근 바른정당 당직자 공개 채용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형식은 공채지만 바른정당 지도부 인사들이 저마다 자기 인사들을 넣느라 공채 형식이 엉망이 됐다는 얘기다.


대선을 임하는 자세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야당을 기정사실화하고 박 대통령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에 비해 비교우위에 서는 전략을 짜는데 더 힘을 쏟는 듯 하다. 그러다보니 대선 전략이 중구난방이다. 당내 대선주자들보다 외부 인사들에 자꾸 눈을 돌리며 '비박(비박근혜)·비문(비문재인) 연대'에만 골몰한다.


반면 대선에서 바른정당에 대한 지지 호소는 사라진다. 국민들이라고 바른정당의 이런 모습을 모를 리 없다. 최근 바른정당 최고위원들이 비공개회의에서 "처음 바른정당 창당 때 16%에 달했던 지지율은 다 어디갔냐"는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국민들이 '안락한 야당'을 꿈꾸는 정당에 지지나 관심을 보낼 리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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