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레터]안철수의 분노

[the300]

정영일 기자 l 2017.03.14 15:19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통령 탄핵인용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3.10/사진=뉴스1

결국 안철수가 폭발했다. 지난 13일 오후 당 선관위가 의결한 경선 일정을 보고받은 직후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는 "이것은 받을 수 없다"며 분노했다고 한다. 경선협상 책임을 지고 캠프 주요 책임자들은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당은 다음달 5일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방안을 캠프 측 대리인들이 퇴장한 가운데 결정했다.

 

경선 일정 협상과정에서 안 전 대표측은 다음달 2일까지는 당 대선후보를 결정하자고 주장해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일정과 맞닿아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다음달 3일 결정되는데 국민의당 후보가 미리 결정돼 있어야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간 ‘1대1 대결’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안 전 대표측 논리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캠프 관계자들은 안 전 대표의 분노가 단순히 경선 일정이나 경선룰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분노의 뿌리가 깊다는 얘기다. 안철수 캠프 한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과 전화통화에서 "그간 경선협상 과정에서 누적된 손 전 대표측의 협상태도와 당에 대한 불만이 결국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대표측은 경선룰 협상 과정에서 벼랑끝 전략으로 일관해 왔다. "모바일은 절대 안 된다"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식이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개혁연대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히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회동, 연대를 논의했다. 이 역시 '경선불참' 언급과 연결돼 해석되면서 벼랑끝 전략의 일환으로 비쳐졌다.

 

안 전 대표는 당이 손 전 대표의 전략에 끌려 다닌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실제 당 경선룰은 사실상 손 전 대표측 입장이 반영됐다. 흥행을 위해 필요했던 모바일 투표도, 공정한 경선을 위해 주장했던 선관위 위탁도, 중복투표나 역투표를 막기 위한 선거인단 사전등록도 모두 배제돼 손 전 대표측 주장에 가깝게 됐다.  

 

일부 최고위원이나 당 선관위 인사들이 손 전 대표측으로 기울어 당이 내놓는 중재안이 안 전 대표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당 대표 책임론도 거론된다. 경선일정을 이날 반드시 결정하도록 드라이브를 건 것이 박 대표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이 난국을 풀어야 하는 것도 당이다. 국민의당 평당원 일동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당의 경선일정 결정은) 특정 후보 측의 일방적 떼쓰기 전략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대선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해서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반드시 원점에서 논의돼야한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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