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에 후임자 발표시킨 文 숨은 뜻은

[the300][춘추관]대변인·홍보수석이 주로 발표 맡아

김성휘 기자 l 2019.01.09 16:29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임종석 비서실장이 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9.01.08.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8일 청와대의 신임 실장수석 인사발표엔 이례적 장면이 숨어있다. 전임 임종석 비서실장과, 후임 노영민 비서실장이 나란히 선 모습이다. 환하게 웃었고 마치 배턴터치하듯 악수를 주고 받았다. 

전임 비서실장이 후임자를 직접 소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9일 정치권은 임 실장이 청와대 내부에서, 특히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떠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봤다. 아름다운 퇴장이다. 

물론 지난해 말 청와대 공직기강 문제, 경제현안 등에 따른 대통령 국정지지도 하락 등 숙제도 쌓였다. 그래도 '과'보다는 '공'이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시작한 집권 첫해부터 20개월 꼬박 숨가쁘게 달린 국정에 중심을 잡는 데 임 실장 역할이 적잖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인사발표 방식 또한 문 대통령이 재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후임 실장 인선을 전임 실장이 발표하게 한 건 확실히 특이한 케이스일 것"이라며 "끝까지 임 실장에게 신뢰와 고마움을 표시한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5년 임기 청와대에서 첫 실장이 두번째 실장을 직접 소개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참여정부이던 2004년 2월 13일, 문희상 비서실장(현 국회의장)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물러났다. 신임 비서실장은 김우식 연세대 총장이었는데 윤태영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했다. 

박근혜정부의 첫 비서실장은 허태열, 두번째는 김기춘 실장이다. '허태열→김기춘' 교체 인사는 2013년 8월5일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발표했다. 

11년 전인 2008년 6월20일, 이명박 대통령은 정정길 신임 대통령실장과 신임 수석들이 참석한 가운데 교체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대선캠프 핵심이자 4대강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류우익 교수가 교체된 첫 비서실장이었다. 

경질이나 문책성 인사 의미가 강했던 경우엔 더더욱 전임자가 나설 수 없었다. 허태열 실장은 6개월 근무하고 물러났는데 도의적 책임을 진 측면이 컸다. 앞서 5월 박 전 대통령의 첫 방미 때 윤창중 당시 대변인의 성추행으로 파장이 일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함께 일할 비서진은 직접 (국민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8년 인사는 임기 첫해 미국산 쇠고기수입 파동과 촛불집회 등 정치적 위기 속에 참모진을 대거 교체한 반전 시도였다. 전임자를 드러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류 실장은 정부 출범 5개월만에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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