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 ‘1조원 vs 1빌리언’…양보와 고집 사이

[the300]美 15% 증액과 韓 4% 증액, 협상여지 찾을 수 있어

최태범 기자 l 2019.01.23 17:23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주한미군은 29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주한미군사령부 개관식을 열고 공식 업무에 들어간다. 2018.06.29.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둘러싼 한미 양측의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최대 쟁점은 방위비 총액 문제다. ‘1조원 대 1빌리언(billion) 달러’를 주장하는 팽팽한 입장차가 좁혀질 기미를 안보이고 있다.

협정의 유효기간 문제도 총액 못지않은 변수다. 미국은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우리 정부는 3년으로 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미국이 협정기간을 줄이려는 것은 일본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다른 동맹국들과 매년 비교함으로써 방위비를 계속 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3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달 28일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방위비 분담금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와 협정 유효기간 1년(2019년만 적용) 이라는 최종안을 제시했다.

당초 12억 달러(약 1조3500억원)를 원했으나 우리 정부의 반발이 극심해 최종 마지노선으로 10억 달러를 요구했다. 미측은 어떤 경우에도 10억 달러 미만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미측에 9999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년 9602억원 대비 4.1% 증액된 금액이다. 지난해 10차례의 릴레이 협상 내내 ‘국민의 심리선’인 1조원을 절대 넘길 수 없다며 미측의 입장 변화를 거듭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한미 양측이 협상과정에서 각각 양보한 만큼 향후 고위급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15% 증액 요구와 우리의 4% 증액 사이에서 충분히 협상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1조원 대 1빌리언이라는 ‘저지선’에 대한 양측의 고집도 만만치 않아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정부는 미측의 최종제안 이후 아직 입장차가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조기 타결’에 대한 의지를 갖고, 외교부-국무부나 외교·국방 장관급 또는 청와대-백악관 등 다양한 협의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2월말 북미정상회담 등 한미가 함께 풀어야할 굵직한 외교 현안이 있는 만큼 그 전 시점에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만약 타결이 지체되면 4월 중순부터는 주한미군 부대 내 한국인 군무원들이 강제 무급휴가를 가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와 관련, 정부가 미국 요구대로 총액은 높여주되 유효기간을 5년으로 하는 ‘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우리로서는 합리적인, 우리가 부담할 수 있고 국민에게 설명될 수 있는 수준의 합의안이 타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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