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한 젊은 정치인, 모빌리티를 타다

[the300][창사20주년 기획- 새로운 100년 이끌 '영 리더']여선웅 쏘카 새로운규칙그룹 본부장

정진우 기자 l 2019.02.14 04:25

편집자주 20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대한민국은 100년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역사적 변곡점마다 젊은 리더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이 나라의 운명을 바꿨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100년을 시작한다. 그 어느 때보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해 창사 20주년을 맞는 머니투데이가 우리 사회 각 분야 ‘영 리더’(Young Leader) 20인을 선정, 이들이 얘기하는 미래 대한민국 얘기를 들어봤다.

여선웅 쏘카 새로운규칙그룹 본부장


여선웅(36세) 쏘카 새로운규칙그룹 본부장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최연소 구청장에 도전해 ‘젊은 정치인’으로 유명세를 탔다. 더불어민주당 강남구의원이었던 그는 자유한국당 텃밭인 서울 강남구에 도전장을 내밀어 화제가 됐다. 당내에선 “무모한 도전”, “이기지 못할 싸움” 등 차가운 시선이 많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눈은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왜 다른 사람을 의식해야하냐”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내 경선의 벽은 높았다. 여 본부장을 제치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정순균(68세)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강남구청장이 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 등을 지낸 친노 핵심 인사였다. 여 본부장은 이 패배를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도전으로 기억에 새겼다. 기득권 세력에 당당히 맞선 용기로 그는 당시 젊은 정치의 아이콘이 됐다.

여 본부장은 선거 이후 스타트업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요즘 가장 핫한 카셰어링 기업 쏘카에서 일하고 있다. 쏘카는 장안의 화제 타다 등 신개념 운송 서비스로 유명하다. 집권여당 구의원 명함만 내밀어도 대기업 경력직 취업에 문제 없을텐데 그는 왜 스타트업에 갔을까.

여 본부장은 “공정하고 깨끗한 세상,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는데 구청장 도전 이후 정치 외에 다른 곳에서 새롭게 도전을 하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해도, 새로운 각오로 다시 도전하는 젊은 패기. 머니투데이가 여 본부장을 영리더(Young Leader)로 선정한 배경이다.
 
여 본부장은 학창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우리 삶을 바꾸는 건 결국 정치라고 생각하고 진로를 아예 그쪽으로 잡았다. 2011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공채 당직자로 정당인 생활을 시작해 2012년 대선때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서 일했다. 이후 당 공보실과 서울시당 부대변인을 거쳐 2014년 지방선거때 강남구의원이 됐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당무위원 등을 역임했고 2017년 대선때 청년특보를 맡아 문 대통령을 도왔다.

길지 않은 정치 인생에서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지방선거를 치렀다. 청년 비례 국회의원이 가장 각광받는 청년 정치의 꽃길이라면 여 본부장은 험지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해 젊음이 아닌 실력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정치를 떠나 기업에 있는 지금, 본인 스스로 시장과 정치를 잇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을 공정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법을 만드는 게 정치이기 때문이다. 특히 쏘카처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혁신기업일수록 규제의 덫에 걸리기 쉬운데, 여 본부장이 관련 법안 등을 챙기며 새로운 규칙들을 살펴보고 있다.

여 본부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출발해 중앙정치까지 성공할 수 있는 롤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며 “마찬가지로 청년들이 대기업에만 가려고 하는데, 새로운 영역에서 혁신적인 마인드로 개척하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스타트업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들어봤다.

여선웅 쏘카 새로운규칙그룹 본부장


-잘나가는 청년 정치인이 스타트업 기업에 가서 솔직히 놀랐다.
▶쏘카는 젊은 시절 ‘다음’을 창업했던 이재웅 대표가 만들었다. 이 대표는 젊은 스타트업과 소셜 임팩트(사회적 가치) 스타트업에 투자를 많이 했다. 세상이 공유경제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쏘카의 비전이 눈에 띄었다. 


이 대표의 경영 방침도 결국 새로운 도전인데, 내가 생각하는 가치관과 맞아 지난해 8월에 입사했다. 어쩌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스타트업이란 작은 분야에서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성공방정식이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자기만의 길을 찾다보면 성공이 아니라 행복이 찾아온다.

-쏘카에서 어떤 일을 하나.
▶모빌리티 산업을 공부하면서 관련 법안 등을 챙겨보고 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선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 오해가 많다. 모빌리티는 인공지는(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를 모두 담고 있다. PC 시대가 가고 스마트폰 시대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다. 스마트폰의 다음 시대가 모빌리티 시대다. 스마트폰이 들고 다니는 PC였다면, 모빌리티는 움직이는 PC라고 보면 된다. 모빌리티 디바이스(미래형 자동차)에 접속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모빌리티가 이런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현재의 법 체계로는 설명이 안 된다. 이를테면 현재 운수법은 택시나 버스 산업을 육성하고 진흥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다. 이 법으로 새로운 모빌리티를 정의할 수 없다. 모빌리티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제안하는 일을 하고 있다.

-명함에 있는 직함 새로운규칙그룹이 눈에 띈다.
▶신산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회나 정부, 언론 등을 만나면서 인식 개선을 위한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일반 기업의 기업전략실과, 언론홍보, 대외협력실 등을 합쳐놓은 개념의 부서다.

-전혀 새로운 도전일텐데, 힘들지 않나.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 가졌던 도전 정신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스타트업의 매력이다.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을 직접 하고 싶었다. 냉장고 재고관리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사업 아이템이었다. 신혼시절 냉장고 관리가 잘 안됐는데, 식자재를 구매할때부터 등록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다. 


구매 했을 때 바로 유통기한을 넣고 이 시점에 남아있는 재료와 유통기한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런 재료들로 만들수 있는 음식과 레시피를 보여주면 획기적인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쏘카에서도 마찬가지 아이디어들이 많다. 세상에 없던 사업을 하는 곳이다. 모빌리티 시대에는 택배, 여객 등이 더 편해지고 가격이 저렴해질 것이다.


-평소에 생각하는 영 리더 대표주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리더의 조건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사회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리더십은 신념과, 창의성, 뚝심, 미래 비전 등을 담고 있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이 젊은 리더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인 타다로 사회적 변화를 만들고 있는 박재욱 VCNC 대표도 대표적인 영리더다.


-타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객이 호출하면 타다는 바로 배차가 된다. 기사들이 목적지를 모른다. 승차거부가 절대 안되게 설계됐다. 그리고 기사들이 친절하다. 그렇게 교육을 받는다. 차량 내부는 항상 청결해야한다. 기존 택시 등 대중교통이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가 있으니 고객들이 좋아한다.

-수익이 많이 날 것 같다.
▶타다는 지금 수요를 못따라 갈 정도로 인기다. 하지만, 수익이 많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타다가 수익모델은 아니다. 지금은 시장이 커지는 게 중요하다. 쏘카가 모빌리티 플랫폼 회사이기 때문에, 플랫폼 구축이 우선이다. 


지하철을 예로 든다면 타다라는 1호선이 들어온 것이다. 2호선은 전기자전거나 전기운동수단, 3호선은 자율주행 등 이런식이다. 이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타다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타다를 만든 셈이다. 미래 시장에서 1등을 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

여선웅 쏘카 새로운규칙그룹 본부장의 2018년 1월 당시 서울시 강남구의원 시절 모습


-쏘카에서 일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뭔가.
▶우리나라에 규제가 너무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혁신적 사고에 의한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려면 규제가 없어져야한다. 기술이 사회 변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구글이 지난해 12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무인택시 상용화서비스를 시작했다. 


시범이 아닌 서비스가 상용화된 것이다. 이렇게 빨리 상용화될 줄 몰랐다.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 때문에 뒤쳐져 있다. 최근에 쏘카가 일반시민 100명을 대상으로 호출형 자율주행을 테스트했다. 그런데 구글은 7~8년 전부터 이 서비스를 실험했고, 작년엔 상용화까지 이뤄냈다.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가 더 빨리 올 것이다. 자동차, 운송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미래 예측도 하나.
▶당연하다. 자율주행시대가 분명 올텐데 택배와 운수가 통합돼 이뤄질거다. 우리나라도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모빌리티 안에서 쇼핑하고 자고, 먹는 게 가능해지는 등 삶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예를들어 스스로 이동하는 편의점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 편의점, 자판기를 호출하면 우리 앞에 오는거다. 


소비 시장 자체도 바뀔 것이다. 호텔을 부르면 호텔이 내 집 앞으로 오고, 식당 차를 부르면 밥 먹으면서 이동할 수 있다. 자율주행 시대엔 교통체증도 없을 것이니 우리 삶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쏘카의 비전을 듣고 싶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작년 국회 대표연설에서 “현재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넘어가느냐 마냐의 전환의 계곡에 서있다”고 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새로운 산업이 가져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야 한다. 


시장에 주구장창 말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새로운 산업이 가져오는 미래를 그림으로 보여줘야 한다. 쏘카가 그런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여 본부장의 목표는 무엇인가.
▶문 대통령이 얘기했던 붉은 깃발의 저항이 모빌리티 산업에 거세게 일고 있다. 대통령 말씀처럼 과거 가치와 충돌은 불가피하다.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다. 좀 더 과감하게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싶다.

-내년 총선 출마계획은 없나.
▶솔직히 지금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을 주도할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고민은 하고 있다. 기존 기득권 정치인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기회가 온다면 총선 출마도 선택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데 열정을 쏟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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