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식 종전선언, 평양에 성조기-워싱턴에 인공기

[the300][포스트 하노이, 넥스트 코리아]5. 미리본 하노이 선언 ③종전의 길

최경민 기자 l 2019.02.20 18:32

편집자주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머니투데이 the300은 역사적인 이 회담의 성과를 전망하고 '포스트 하노이, 넥스트 코리아'의 모습을 제시한다.

/그래픽=이승현 기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오는 27~28일)의 의제로 올라갈 게 확실시 되는 게 종전선언과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진짜 원하는 경제적 상응조치의 진행에 앞서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북미 간 안보적 적대관계부터 끊어야 경협을 논의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도 제재완화와 달리 정치적 부담이 떨어지는 카드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종전선언과 주한미군의 지위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기도 했다.

종전선언은 6·25 전쟁의 당사국인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의 정상들이 모여서 도장을 찍는 '이상적인 이벤트' 식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정상이 모이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사건인 만큼, 단기간에 추진하는 게 쉽지 않다.

협상 초기 국면에서는 남북미 3자 간에 속전속결로 종전선언을 한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이었다. 그런 이유로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현지 합류 가능성을 타진했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면서 상황은 다소 복잡해졌다. 미중 대립의 심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협상이 이어지며 북핵 테이블에 중국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남북미 종전선언 체결로 '빅딜'을 시작하고, 중국까지 포함한 평화협정을 통해 비핵화 협상의 종지부를 찍으려 했던 구상에 차질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는 대안으로 일괄타결 식의 종전선언 보다 순차적인 종전선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까지 포함한 4자 평화협정 체결까지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징검다리 식으로라도 종전 상황을 조성해서 경제적 평화체제로 향하는 길을 시급히 조성하자는 의도다.

4·27 판문점 선언, 6·12 센토사 선언, 9·19 평양 선언에 이어 2·28 하노이 선언, 3~4월 서울 선언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남북미 테이블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남북 간 사실상 불가침 조약을 체결한 것과 같이, 하노이에서 북미가 불가침 약속을 할 경우 남북미 전시 상황이 해제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북미 불가침 약속을 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했을 때 남북이 동의하는 선언을 한다면 종전선언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하노이에서 북미 간 명확한 불가침을 합의하지 않고 "특정 시기에 불가침을 약속한다" 식의 약속이 이뤄질 경우에도 남북 정상이 북미 합의를 추인하는 방식을 취하는 게 가능하다.

종전선언이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면, 연락사무소 설치는 실질적인 북미 관계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이다. 종전에 따라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에 포함됐었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던 과업을 이번 기회에 달성한다는 의미도 있다.

회담장소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라는 점도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과 베트남은 1995년 연락사무소 개설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발판으로 같은해에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 및 국교 정상화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었다. 

연락사무소 설치 협상 결과에 따라 평양에 미국의 성조기가, 워싱턴 D.C.에 북한의 인공기가 게양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CNN 등 외신은 "북미가 서로 연락관을 교환하는 것을 진지하게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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