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은 '억'소리, 국민은 '악' 소리…"바꾸자" 목소리

[the300][대한민국4.0, '대변혁'으로 가자][2회-‘한국정치4.0’ 上]③국회의원이 꼭 지켜야할 국민과의 약속

이원광 기자 l 2020.04.27 18:40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 사진제공=뉴스1


국회가 새롭게 바뀐다. 한달 후면 21대 국회가 시작된다. 당선인 300명 중 절반이 넘는 151명이 ‘초선’이다.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못했던 과거와 결별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파행’,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막말’, ‘패거리 정치’는 떠나 보내야 할 과거다. 그 자리는 ‘일하는 국회’, ‘합리’, ‘대화’, ‘소신’으로 채워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행동 강령으로 삼아야 할 지향점이다. 한국 정치를 한 단계 도약시킬 절호의 기회가 21대 국회 앞에 있다.




◇‘파행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로 



국회의원은 국가공무원법상 선거로 취임하는 정무직 ‘공무원’이다. 헌법에 따라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뜻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20년 의원 1명에게 1억5187만9780원이 지급된다. △일반수당(8101만5600원) △관리업무수당(729만1320원) △정액급식비(168만원) △정근수당(675만1300원) △명절휴가비(810만1560원) △입법활동비(3763만2000원) △특별활동비(940만8000원, 연간 300일 기준) 등 항목도 다양하다.

‘파행’을 거듭했던 20대 국회에 국민들이 따가운 시선을 보낸 이유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 의뢰로 4·15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직전인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대 국회의 가장 아쉬운 점’을 조사한 결과,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응답자가 전체 25.8%로 가장 많았다. ‘농성과 파행’(23.5%)이 뒤를 이었다. 

농성과 파행 등에 매몰돼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냉혹한 평가다. 지난해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9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12월 예산안 및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등 여야는 정무적으로 싸울 때마다 ‘일터’인 상임위원회를 멈춰세웠다. 

이에 21대 국회가 최우선 과제로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야 지도부가 상임위 운영을 협상의 도구로 삼는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 법안과 현안 관련 구체적 사안은 각 상임위 간사에 맡기고 민생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





◇‘내로남불’에서 ‘합리’로 



내로남불은 ‘20대 국회’를 지배한 키워드다. 여야가 공수를 교대하면 입장을 바꾸는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 눈높이가 높아졌다. 21대 국회를 앞둔 국민들은 합리의 실종, 궤변의 일상화를 부추기는 내로남불에 대한 경멸을 드러냈다.

‘21대 국회의원이 가장 해서는 안 될 행동이나 태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내로남불식의 자기 합리화’라고 답한 응답자가 40.4%에 달했다. 과거 고질병으로 여겨졌던 갑질과 같은 오만과 무례(23.3%), 막말이나 몸싸움(19%), 상대방 무시(8%) 등을 압도했다. 시대정신의 변화다. 내로남불은 대체로 타락한 진영 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같은 사안에 대해 상대편을 몰아세우면서도 우리 편에는 맹목적 지지를 보내는 모습이다. 21대 국회가 경계해야 할 우리 정치의 대표적 병폐다.

내로남불과 단절은 합리적 사고의 회복은 의미한다. 합리적 사고는 다원적, 다층적 현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뚜렷해지고 협상의 공간이 넓어진다. 소모적인 논쟁거리가 사라지면서 문제를 푸는 열쇠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막말’에서 ‘대화’로 



막말은 국회의원 개인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의원의 막말은 그를 선택한 국민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준다. 국회 전체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민들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국회에서 막말은 협상 종료를 의미한다. 막말을 들은 동료 의원을 경쟁과 협상이 아닌 싸움의 대상으로 격하시킨다. 막말은 막말을 낳고, 협상 공간은 증오와 분노가 차지한다. 막말을 막을만한 뚜렷한 제도적 대안은 없다. 국회 비상설 특위인 윤리특별위원회가 운영 중이나 유의미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여야가 윤리특위 소집 자체에 소극적인데다가 ‘맞불’을 놓는 식으로 제출된 안건이 섞이면서 본질을 흐린다. 막말에 책임을 져야할 의원들이 제 때 처분되지 못하는 사이 또 다른 막말이 터져나온다. 21대 국회의원들은 막말 근절을 다짐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방식으로 ‘막말과 거리두기’를 약속하는 것이다. 지키지 못한 의원은 기성 정치인이 된 4년 후 ‘새 얼굴’과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견뎌야 한다.

‘파행’,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막말’, ‘패거리 정치’는 떠나 보내야 할 과거다. 그 자리는 ‘일하는 국회’, ‘합리’, ‘대화’, ‘소신’으로 채워야 한다.



◇‘패거리 정치’에서 ‘소신’으로 



국회에선 당론과 다른 소신을 얘기하는 의원은 눈칫밥을 먹는다. 같은편으로부터 ‘문자 폭탄’도 받는다. 일부 소신파는 ‘계란에 바위치기’에 낙심하고 떠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신 있는 인물들이 고갈되고 당내 전체주의가 강화된다. 

전체주의식 ‘패거리 정치’는 다원과 공존의 민주주의의 장애물이다. 다수결과 절차적 민주주의에 기생하면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한 도전을 가로막는다.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공론장에 나올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정치는 퇴행할 수밖에 없다.

소신 정치는 지도부나 의원 뿐 아니라 진영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극성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과대변되는 곳에서 소신 정치가 태동할 공간은 없기 때문이다. 전체주의식 정치는 일부 세력의 이익만 대변할 뿐, 대체로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위기를 맞이한다.

한편 머니투데이는 오는 5월21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4.0’(새로운 국회를 위하여) 포럼을 열고 21대 국회의원들이 최악의 평가를 받았던 과거 국회와 단절하고 새로운 국회를 만들 수 있도록 반드시 지켜야할 행동 강령을 담은 ‘국회의원 헌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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