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키우는 이재명…"사이다, 참 과분하면서도 고마운 별명"

[the300]

김상준 기자 l 2020.08.07 16:20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시도지사 지지율이 2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최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지율 격차를 6%포인트로 좁힌 이후 나온 결과다. '이재명 대망론'이 '이재명 대세론'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시도지사 지지율, 2년 만에 '꼴등'에서 1등으로


7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실시한 시도지사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이 지사에 대해 '잘한다'는 긍정평가는 68.4%로 나타났다. 서울과 부산을 제외한 15개 시도지사 가운데 2개월 연속 1위다.

꼴찌에서 1등으로 올라서기까지 시간은 2년에 불과하다. 취임 첫 달인 2018년7월 이 지사의 지지율은 29.2%로 17개 시도지사 가운데 최하위였다.

하지만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6월 71.2%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당시 조사에서 지지율 70% 이상은 이 지사뿐이었다.



이재명의 '사이다 행보'


정치권에선 이 지사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이유로 '컨벤션 효과'를 들기도 한다. 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뜻하는 말이다. 일시적인 '반짝' 효과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지사의 꾸준한 '사이다 행보'가 최근 상황과 맞물려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이 지사는 일찌감치 사이다 발언으로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2016년10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당시 경기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는 촛불 시위에 자주 참석해 발언대에 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즉시 집으로 돌아가시라. 이 나라의 주인이 명한다. 박근혜는 국민의 지배자가 아니라 우리가 고용한 머슴이다. 언제든지 해고해서 그 직위에서 내쫓을 수 있다"는 발언이 '사이다'라며 회자됐다.

이 지사의 '말'은 추상적이지 않고 직선적이다. 다소 거칠기까지 하다. 기존 정치인의 발화 문법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 여론은 반응한다.

입만 산 게 아니다. 지난해 8월 경기도 하천 내 불법 점유 음식점 등을 강제 철거한 게 대표적인 예다.

당시 이 지사는 "철거하고 비용도 징수하고, 안 내면 토지 부동산 가압류도 해야 한다"며 "경기도에서 하천을 불법점유하고 영업하는 행위가 내년 여름에는 한 곳도 없도록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 하천 내 불법 시설물 1만1562개소 중 1만1342개소(98.2%)는 모두 철거된 상태다. 오랜 시간 묵인 속에 이뤄졌던 하천·계곡 인근 상인들의 바가지요금과 평상·천막 등 불법시설이 사라졌다.



'코로나' 대신 '사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면에서 이 지사의 추진력은 다시 빛을 발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대확산의 시발점이 된 '신천지 사태' 당시 본인의 SNS에 글을 올려 신천지에 대한 강제 수사를 촉구했다. 

이 지사는 당시 "신천지 강제 수사와 방역 행정은 별개다. 신천지 측의 허위자료 제출 등으로 방역 전선에 지장을 초래하는 지금은 강력하고 신속한 강제 수사와 자료 수집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자체적으로 신천지 시설을 강제봉쇄하고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행정명령을 시행하기도 했다.

특히 경기도가 선제적으로 시행한 재난기본소득은 단연 화제였다. 소득·나이와 관계없이 1인당 10만원씩 모든 도민에게 지급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이어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종합 부동산 대책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경기도를 넘어 여의도까지


최근 이 지사는 중앙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대 현안인 '부동산'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한 발 앞서 정책 시행에 나서고 있다.

정부·여당에서 서울 그린벨트 해제 논의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이 지사는 즉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정책도 차별화해 추진하고 있다. 이 지사가 추진하는 '경기도형 기본(임대)주택'은 장기 임대주택 공급을 목표로 한다.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신규 아파트를 공급할 때 역세권 등 가장 좋은 위치에 중산층용 고급 공공주택을 30년 이상의 장기로 무주택자 누구나 입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 지사는 "경기도가 먼저 집값 걱정 없는 나라의 길을 열어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재명표 '친서 정치'


국회에 직접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친서 정치'를 통해서다. 

이 지사는 전날(6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176명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를 최대 24%에서 10%로 낮추자"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 지사는 편지에서 "코로나19로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신용불량자, 영세 자영업자, 학생 등 이른바 금융 취약계층은 높은 금리 부담을 떠안으며 대부업과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경기도는 정부에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를 10%로 인하해줄 것을 건의했지만 입법화까진 가지 못했다. 지방정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 지사의 판단이다.

지난달 17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병원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적극적 관심과 협력을 호소한 후 두 번째 보내는 편지다.

이 지사의 정책과 뜻이 맞는 의원들은 실제로 법안을 발의한다. 병원 수술실 CCTV 설치의 경우,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 후 국회 간담회 등을 통해 법안 처리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사이다, 참으로 과분하면서도 고마운 별명"


이 지사는 자서전 '이재명은 합니다'에 본인의 별명 '사이다'에 관한 글을 남겼다.

"사이다! 참으로 과분하면서도 고마운 별명 아닌가. 사이다는 순간적으로 톡 쏘는 시원함을 선사하지만 뚜껑을 열어두면 금세 탄산 성분이 빠져나가 밍밍해진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부정과 부패, 불의에 대한 날선 비판 정신이 무뎌지는 순간 나 역시 사이다가 아닌 밍밍한 맹물이 될 수 있다는 준엄한 경고인 것이다"라는 글이다.

지난 22일 이 지사는 부산시장,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고 했던 발언이 '오해'라며 해명에 나섰다.

이 지사는 20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며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이틀 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당헌·당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청산돼 마땅한 적폐세력의 어부지리를 허용함으로써 서울시정을 후퇴시키고 적폐귀환 허용의 결과를 초래한다면 현실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무공천 원칙을 어기는 게 불가피하다면 어겨야 한다는 의미다.

국회 관계자는 "2022년 대선까지 이 지사는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며 "이 지사가 더 청량해질지, 아니면 김이 빠질지가 관전 포인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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