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 아직 이루지 못한 '꿈'[우보세]

[우리가 보는 세상]임기 중 마지막 광복절 경축식에서 '꿈' 강조...

정진우 l 2021.08.17 05:05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1.08.15. bluesoda@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중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는 한국판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이었다.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킹 목사가 1963년 8월28일 노예 해방 100주년을 기념해 워싱턴DC에서 열린 평화 대행진에서 했던 그 연설을 연상케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꿈을 꾸었고, 꿈을 잃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왔다. 독립과 자유, 인간다운 삶을 향한 꿈이 해방을 가져왔다"며 "이제 선진국이 된 우리는 다시 꿈을 꾼다. 평화롭고 품격 있는 선진국이 되고 싶은 꿈, 국제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는 나라가 되고자 하는 꿈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여분 분량의 경축사를 하면서 '꿈'이란 단어를 20차례 언급했다. 우리 국민들이 꿈꿔왔던 세상과 대한민국이 새롭게 가져야 할 꿈 등을 얘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난 6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만장일치로,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 중 최초로 선진국으로 격상한 점도 강조했다.

100년전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됐는데, 모두가 꿈꿔왔던 게 현실이 됐다는 얘기다. 나아가 여기서 멈추지 말고 품격 있는 나라, 존경받는 선진국이 되자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이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을 밝힌 예년 광복절 경축사와 달리 '꿈'을 강조한 건 임기가 이제 9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시간이 없다. 실제 이날 경축사에서 새로운 경제·복지 정책이나 대북(對北)·대일(對日) 제안은 나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각종 공식 행사에서 가장 많이 얘기했던 '경제'도 이날 '꿈'보다 적은 18회 언급됐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1.08.15. bluesoda@newsis.com


문 대통령은 지난 4년여동안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꿈' 얘기도 꺼냈다.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국민 모두가 함께 꾼 꿈은 '나라다운 나라', '함께 잘 사는 나라'였다"며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 ILO 핵심협약 비준, 노동기본권 확대, 고용보험 확대와 기초연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치매국가책임제로 우리 사회의 포용성을 높이고 있다"고 그간 성과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동안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5월10일 취임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국민통합' 말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지금 제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고,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며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감히 약속드린다"며 "2017년 5월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가 봐도 문 대통령의 이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민국 현실은 국민통합과 너무 동떨어져있다. 우리 국민들과 정치권이 진보와 보수라는 특정 진영 앞에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몇 년간 각 진영에 갇혀 둘로 쪼개지는 등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물론 대권 주자들도 미래를 얘기하지 못한다. 미래 준비는 커녕 각 진영의 눈치를 보며 과거 얘기만 할 뿐이다.

문 대통령의 국민통합이란 '꿈'은 "우리만 옳다"며 "우리가 아니면 모두 적이다"란 각 진영의 '타락한 진영의식'의 벽에 막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게 진보 혹은 보수든 말이다.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9개월뿐이다. 남은 임기동안 각 진영이 쌓아올린 벽을 깨부수고, 국민통합만 생각한다면 2022년 5월9일 퇴임할때 '꿈'과 같은 현실이 펼쳐질지 모른다. "국민 여려분, 5년전 약속드렸던 국민통합을 드디어 이뤘습니다"로 시작하는 문 대통령의 퇴임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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