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스1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11개 경제·금융 당국 수장들이 대본 없이 난상토론을 벌인다. 대통령과 장관이 질문을 사전에 공유하지 않은 채 생중계로 진행된다.

윤 대통령이 경제 위기 대응책과 미래 성장 동력을 거침없이 터놓고 논의하는 모습을 대내외에 공개함으로써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한다는 방침이다.

2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7일 오후 2시부터 80분간 생중계로 방영되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다.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산업자원통상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방부 수장이 참석한다.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이 진행을 맡는다.

지금까지 10차까지 진행된 회의는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공개한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비공개 회의 내용은 최 수석의 사후 브리핑이나 서면브리핑을 통해 공개했다. 반면 11차 회의는 비공개 부분도 국민들에게 생중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먼저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 후 각 부처의 수장들이 돌아가며 발제를 한다. 이어 윤 대통령이 각 장관들의 발제와 관련해 생각을 밝히면서 질문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장면도 가감없이 보여지게 된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 주요 행사를 제외하고 대통령실의 비공개 회의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시나리오는 없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대본은커녕 하루 전까지 참석자를 비롯해 모든 게 계속 유동적으로 조정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께서 대본 없이 하자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셔서 모두가 긴장 속에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각 정부부처 장관들은 비상 모드로 회의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한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관들의 역량이 여실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즉석에서 어떤 질문과 지시를 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부처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이같은 '모험'에 나서는 것은 현재의 경제 위기 상황과 그에 대한 대응책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보고하는 것은 물론 국제 신인도에 문제가 없음을 천명하기 위해서다. 홍보 부족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윤 대통령의 그간의 민생·경제 행보를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
특히 각 정부부처는 리스크 대응책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 산업을 발굴하고 지원할 방안을 밝히며 희망찬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에도 방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 경제부처가 아닌 문체부, 국방부 등이 참석하는 것 역시 모든 부처의 경제부처화라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

다만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만한 민감한 내용은 회의에서 다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집값, 금리, 환율, 주식시장 관련 구체적인 현안은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기획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경제 위기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