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직행한 간호법…"尹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만 남아"

[MT리포트]'의료 블랙홀'된 간호법⑤

차현아 l 2023.03.08 16:00

편집자주 간호법이 블랙홀처럼 모든 의료개혁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 법의 본회의 통과에 반대하는 의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등 400만명 규모의 보건의료단체들과 '무조건 통과'를 외치는 50만명 간호사들 사이의 갈등은 봉합이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의사단체는 의사면허취소법까지 간호법과 연동해 반대 수위를 올린다. 이 때문에 의료계의 중지를 모아 추진돼야 할 필수의료 강화 등 의료개혁에 제동이 걸렸다. 결국 피해는 의료 수요자인 국민에게 돌아온다. 간호법은 어떻게 유례없는 의료 갈등의 뇌관이 됐을까. 의사단체와 간호사단체 수장의 입장을 들어보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춘숙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2.2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리 당은 법안에 반대한 적 없다. 단지 직역 간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냥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다."(강기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

"여야가 서로 내용 합의는 마쳤다. 직역끼리 내용을 합의해오라고 하든 (어떤 방식이든) 국회가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 그것이 국회가 해야 할 정치적 책임이다. 그러지 않으니 자꾸 장외 갈등이 이어지는 것이다. "(김성주 당시 야당 간사)

지난해 5월17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 회의장. 간호계 40년 숙원 사업인 간호법 제정안(간호법)이 처음으로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기 직전 상황이 담긴 속기록 일부다. 통과 직전까지 여야는 직역 간 갈등을 두고 언쟁을 벌였다. 좀 더 논의 시간을 갖자는 여당 주장에 야당은 국회가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짓자며 의결을 촉구했다. 결국 간호법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간호사 출신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도 함께였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의료연대 등 의료인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열린 간호법-의료인면허법 강행처리 규탄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와치고 있다. 2023.02.26.


한 복지위 관계자는 "발의 과정에만 1년 넘게 걸릴 만큼 이해당사자 의견을 충분히 들었고 발의 때도 여야 모두 이견이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논의가 무르익었으니 21대 국회의 상반기 상임위원 임기가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매듭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반기에 의원들이 새로 배정되면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에서의 간호법 논의는 2005년(17대 국회), 2019년(20대 국회)에 이어 2021년이 벌써 세 번째다. 간호계는 1980년대부터 법 제정에 공들여왔다. 관련 단체 등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던 앞선 논의 때와 2021년은 달랐다. 코로나19(COVID-19)를 계기로 간호사들의 헌신에 대한 여론이 형성됐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정치권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이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간호법을 대선 전 국회에서 조속히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해 4월27일 법안소위 속기록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날 오전 10시15분에 시작한 회의는 오후 8시가 다 돼서야 끝났고 정회만 세 차례됐다. 오후 4시30분 쯤 일부 의원들이 "(간호법 논의는) 오늘 진짜 많이 했다. 머리가 아파서 더 못 하겠다", "의총에 가야한다", "다른 날에 회의를 빠르게 잡아달라"고 하자 김성주 소위원장은 "오늘 했던 내용은 최소한 (오늘) 정리하고 추가 논의 여부에 대해 판단하자"며 이어갔다.

정작 간호법을 둘러싼 공방은 법안소위를 통과한 뒤 본격화됐다. 같은 해 5월9일 법안소위에서 최연숙 의원을 제외한 강기윤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 모두 불참한 상태로 전체회의에 안건을 상정하기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불참한 다수 의원들은 당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애 의원은 "공천 때문에 부산에 있었다"며 "그날 오후 2시12분에 문자를 보내 4시에 회의를 열자고 하면 예측이 되나"라고 했다. 이에 김성주 의원은 "이미 4월27일에 장시간에 걸쳐 여야가 내용에 합의했다. 일정 협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논의를) 더 이상은 늦출 수 없었다"고 했다.

간호법은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다시 복지위로 돌아온 뒤 본회의 직회부만 앞둔 상태다. 오는 9일까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간호법은 이후 첫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에 부쳐진다. 복지위 관계자는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만 남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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