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윤한갈등?…한동훈, 용산 향해 "민심에 더 민감해야" 거듭 압박

[the300]

안재용 l 2024.03.19 15:46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을 방문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2024.03.19.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 이른바 '윤·한갈등' 2라운드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던 중 출국해 논란이 된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와 '정보사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거취 문제를 두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치를 촉구하고 대통령실은 이를 사실상 거부하는 모양새가 이어지면서다.

여기에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여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공천 순번 배정에 불만을 표시하고, '친한'(친한동훈)계를 대표하는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이를 반박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한층 노골화되고 있다. 앞서 대통령실과 한 비대위원장은 김경률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문제 등과 관련해 한 차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사·황 수석 논란과 관련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더 민감해야 한다는 제 생각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소모적 정쟁으로 총선 앞에 다른 이슈보다 이런 것에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시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정리해야 된다는 필요성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전에 이어 또 한 번 대통령실을 상대로 이 대사·황 수석에 대한 거취 정리 등 결단을 촉구한 셈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해야 하고, 이종섭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 위원장은 황 수석과 관련해서도 "황 수석의 발언은 부적절했다는 말씀을 제가 이미 드린 바 있다.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사실상 사퇴를 압박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스물한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3.19.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그러나 대통령실은 두 사안에 대해 '정면돌파'하겠단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대변인실 명의의 입장문에서 "이 주호주대사가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황 상무 논란과 관련해서도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명부와 관련해 당내 잡음이 나오는 데 대해 "일각에선 사천 프레임을 또 갖다가 씌우는데 지역구 254명, 비례 명단 중 단 한 명이라도 제가 추천한 사람이 없다. 제 친분을 가지고 들어간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사무총장도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정 인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친한' 공천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비례대표 신청하신 분들을 친윤계나 친한계로 'O, X' 표시할 수 있는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하겠다고) 말씀드렸고 그 기준에 의해 했다"고 말했다.

장 사무총장이 이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 발표에 대한 이 의원의 반발 때문이다. 이 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 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는 깨지고, 비대위원 2명이 비례대표에 포함됐다"며 "생소한 이름의 공직자 2명이 당선권에 포함된 상황에서 온갖 궂은일을 감당해 온 당직자들이 배려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은 더더욱 크다"고 적었다.

이 의원은 "호남이라는 험지에서 보수의 기치를 들고 헌신해 온 호남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의 배제와 후순위 배치도 실망의 크기가 작지 않다"고 했다.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 위원장이 당선권 밖인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 24번에 배치된 데 대해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 전 위원장은 전날 당선권 밖에 배치된 것에 반발해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구 공천 결과에서 친윤 인사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 몸담았단 장·차관, 대통령실 수석 및 비서관 중에서도 주진우 기획관과 이원모 비서관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선을 치렀고 그 중 1명인 이원모 후보는 연고지인 서울 강남에서 경기 용인으로 전환배치됐다"고 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어려운 경선에서 당당히 승리해 공천을 받았지만 우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공천이 취소된 도태우, 장예찬 두 젊은 정치인들에게는 안타까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장 사무총장은 "국민의미래 관계자들로부터 절차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보고받았다"며 "특정인에 대한 검증을 다 하지 못했다거나 호남 인사들이 전진 배치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호남 인사들에 대한 배려 문제는 살펴볼 부분이 있는지 한 번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실제로 국민의미래는 이날 당선권인 17번에 배정했던 이시우 전 국무총리비서실 서기관에 대한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을 취소했다. 국민의미래가 이 전 서기관에 대한 공천을 취소한 것은 국무총리실 재직 당시 골프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 서기관은 해당 의혹으로 4급 서기관에서 5급 사무관으로 강등된 바 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여당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공천 순번 등에 대해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이른바 '윤·한갈등'(윤석열 대통령-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갈등)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사진=뉴스1

당내 의견은 엇갈렸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총선 중앙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자대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 이 주호주대사 (문제가) 여러 억울한 점이 있으나 정치라는 건 기본적으로 인식의 게임"이라며 "정치는 진실 밖의 인식과 싸우는 건데 수도권 인식이 너무 심각하다. 한 마디로 육참골단(살을 내주고 뼈를 자른다)해야 한다고 글을 썼다"고 했다. 비례대표 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해 그 문제를 풀 수 있다. 대통령실 면도 세우면서 당의 면도 세우고 서로 '윈윈'하는 당정이 돼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호남 홀대론'과 관련 "당헌당규에 당선권의 4분의 1 이상을 배치하게 돼 있다"며 국민과의 약속은 지키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윤한갈등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다 갈등의 시각에서 프레임을 잡고 보니까 그렇지 그런건 아니다"고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사 문제와 관련 "국민 눈높이라는 거와 법·행정의 눈높이가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다. 지금은 국민 눈높이를 따를 때가 아닌가 생각하는데"라며 "당의 총의가 존중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황 수석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이 어떤 때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선거가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고 정말 우리가 건곤일척의 승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저는 (윤한갈등이라) 보지 않고 용산에서도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용산에서 나오는 메시지가 틀린 메시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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