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안 하겠습니다" 이수정, '대파 논란' 딛고 수원정 탈환할까

[the300][2024 빅매치 르포]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후보②

수원(경기)=박소연 l 2024.04.04 15:02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후보가 3일 삼성교사거리에서 퇴근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고종이 여자를 밝혀서 조선이 망했습니까, 일본이 침략해서 망했지. 역사 왜곡하지 마십시오. 성희롱 발언, 아이들에게 교육하지 않습니다. 여성 비하하며 정치 안 합니다. 막말 쓰지 않겠습니다."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후보가 3일 저녁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삼성전기 본사 앞 삼성교사거리에서 퇴근인사를 하면서 "사과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상대인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막말 논란을 정조준했다.

수원정은 분구 이후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지역구로, 이 후보가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 영입인재로서 험지(정치적 도전지)에 도전한단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이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한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두 대학교수 간 대결에서 상대인 김 후보는 각종 막말 논란에 농지법 위반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이 후보는 잠시 '대파 발언'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현재 상승세를 이어가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유세차 위에 올라 퇴근길 주민들을 만났다. 친아들도 그를 도왔다. 이 후보는 마이크를 들고 "고맙습니다 좋은 저녁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 후보는 상대가 여성 비하 논란을 겪는 틈을 타 아동·청소년 문제 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부각했다.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후보가 3일 삼성교사거리에서 퇴근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그는 "아동과 청소년이 안전한 나라 만들 것이다. 아이들이 온라인으로 사고 팔리는 나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아동전문병원 꼭 끌고 오겠다. 복지부 전문병원 예산 끌어다 어린이 전문병원 만들겠다"고 했다. 재정 부실 문제도 언급했다. 이 후보는 "지자체 재정이 반토막 났다. 수원 재정 건전도가 30%대로 파산 직전"이라며 "더이상 민주당에 수원을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가 유세차에 내려와 주민들에게 명함을 나눠주자 일부 주민들은 함께 사진촬영을 요청하고 "화이팅"을 외쳤다.특히 팬심을 드러내는 여성들이 많았다. 다만 삼성전기 직원 대다수가 젊은 남성들이어서인지 별 반응 없이 지나가는 이들도 있었다.

이 후보는 유세 도중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현재 민심의 향배에 대해 "(상대 후보 논란으로) 굉장히 지금 핫해졌는데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체감하기론 여전히 쉽지 않다. 개인 대 조직의 싸움"이라고 토로했다. 수원정에서 민주당이 대대로 집권해온 만큼 조직이 막강하단 의미다.

이 후보는 "기사가 올라오는 속도를 보면 저쪽은 저렇게 고발을 많이 당하고 관련 기사가 올라와도 지속성이 별로 없고 어느 날 사라지더라(최근 '이화여대생 미군 장교 성 상납' 발언이 크게 논란되기 전까지). 근데 제 (대파 논란 관련) 기사는 한 번 올라오니까 한 밤을 지나자 전부 쫙 깔리더라"며 억울해했다 .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후보가 3일 삼성교사거리에서 퇴근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875원 대파' 발언에 "한 단에 3500원 정도인데, 세 뿌리면 (한 뿌리에) 1000원 정도"라며 윤 대통령이 단위를 혼돈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본인의 경험치에 따르면 875원은 한 뿌리의 가격에 가깝기 때문에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이다. 이 후보는 '"그거(단위)는 당사자한테 정확히 물어봐야 한다. 한 봉지에 875원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가 윤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해 무리한 논리를 편다는 여론이 확산했다.

이 후보는 "나는 순전히 내가 살림을 사니까, 대파 값 아는 사람이라 말한 건데 그렇게 프레임이 엮여서 올라오고, 지금도 대파 사진 들고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개딸인지 모르겠는데, 실존한다는 걸 보게 됐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해가 안 되는 게, 박광온 후보가 원내대표까지 했던 분인데 그 다음 사람(김 후보)이 수원 사람이라는데 지역에서 얼굴 아는 사람이 없다. 근데 지지율이 유지되더라"고 했다. 이어 "이길 수 있겠다, 그런 생각 없이 출발했던 건데 이런 사람들에게는 이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지는 돌 같이 굳어있고, 그분들은 자기네들이 보는 매체만 본다. (김 후보의) 막말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며 "그런 독특한 서브컬처(하위문화)가 제가 이 선거에서 이기느냐 지느냐를 좌우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후보가 3일 수원 영통구 매탄동 한 식당에서 인사를 돌다 사진촬영 요청에 응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민심은 요동치는 분위기다. 이날 매탄동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지지 후보를 묻자 "난 진보다. 막말은 국민의힘이 더 하니까 얘기할 것도 없다"고 했다. 다른 50대 여성은 "이수정 뽑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다른 50대 남성은 "이수정이 X놈보단 낫지"라며 "여기서 사업을 오래 했는데 수원 재정자립도가 형편 없고 사업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아직 결정 못했다", "아직은 생각 안 해봤다"는 이들도 많았다.

이 후보는 저녁시간이 되자 매탄동 일대 식당을 돌며 인사를 했다. 주민들 다수가 "TV에서 보던 분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많이 봤다. 뵙고 싶었다"며 반가워했다. "(김 후보) 입이 완전 XX더만", "무조건 이기시라"는 응원도 나왔다. 다만 "대파 그 분 맞죠?"라는 반응과 함께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 후보는 "네 사과했습니다"라고 덤덤하게 대응했다.

이 후보의 주요 공약은 24시간 아동전문병원, 난임전문병원 신설이다. 이 후보는 "광교엔 학교가 과밀일 정도로 아이들이 많은데 소아과가 2개, 야간진료 보는 곳은 한 곳밖에 없다"며 "아침 일찍 애플리케이션에 대기하면 오후 3,4시에야 진료를 받는데 아이들이 하루종일 열이 펄펄 나지 않나. 내가 아이를 안 키워봤음 모르는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또 "젊은 사람들이 많으니 아이를 갖고 싶은데 난임은 계속 시도하면 아이가 생길 수 있는데 지원이 끊긴다. 결국 예산 문제"라고 했다.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후보가 3일 수원 영통구 매탄동 한 식당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그는 "어린이집 간식비도 다 잘리고 사회복지사 시간외 수당도 잘릴 정도로 재정 문제가 심각하다"며 "지역에 38개 산하단체 조직이 있어서 이익단체 위주로 돌아간다. '손바닥정원' 사업에 몇십억을 쓴다. 이해관계가 중첩돼 우선순위가 완전 꼬였다"고 지적했다.이 후보는 "이제 바꿔달란 목소리가 많다. 자발적으로 캠프를 돕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경기 수원정은?

경기 수원정은/그래픽=윤선정

경기 수원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약 120만명)를 자랑한다. 2000년 총선까지 보수 텃밭으로 불렸으나 이후 보수·진보 정당이 치열한 접전 끝에 의석을 나눠 갖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부터 두 차례 총선에선 민주당이 5개 선거구를 석권했다.

수원정은 현재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38.7세로 젊은 편이라 수원 내에서도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가장 강한 지역으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광교신도시 건설을 계기로 고가 아파트 단지가 급증하면서 보수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보다 많은 표를 거둔 수원 내 유일한 선거구다.

국민의힘은 영입인재 1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천했다. 민주당에선 역사학자 김준혁 한신대 교수가 이곳에서 3선을 지낸 박광온 의원을 경선에서 제치고 후보가 됐다. 양당의 정치 기대주인 교수 간 대결로 주목받았던 수원정은 선거전 막판 후보들의 각종 발언 논란이 주목받으며 승패을 예상하기 어려운 '안갯속 선거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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