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임기 여소야대 식물대통령' 현실화?...용산 초긴장

[the300]

박종진 l 2024.04.09 18:19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04.09.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국민의 최종 선택을 앞두고 용산이 살얼음판 같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은 4.10 총선 결과에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마지막까지 여론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표 금지 기간 이전의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흐름대로라면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임기 내내 단 한 순간도 여당이 제1당에 오르지 못하는 정권이 된다.

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 내에서조차 총선 전망은 밝지 않다. 최근 야당 후보들의 막말 논란 여파로 여당에 유리한 국면이 전개된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여권 내에서는 여전히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서는 개헌 저지선인 101석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없지 않다.



민주당 승리→한국 현대사에 첫 '12년간 제1당' 탄생


제1당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할 것이란 예상은 거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역사적 의미는 상당하다. 우선 박정희 대통령 시절 민주공화당(유신정우회와 구성한 연립여당 포함)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한 정당이 12년간 국회 주도권을 쥐는 제1당을 차지한 첫 사례가 된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승리했던 민주당이 2028년까지 입법권력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여권으로서는 무엇보다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이 임기 5년 동안 계속 소수당이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지만 국회를 야당이 장악하고 있으면 법안을 개정하지 못한다. 정상적인 공약 이행과 국정과제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해 초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총선에서도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공약했던 정책을 차질 없이 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하면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민주당이 입법권을 쥐고 있던 탓에 주요 정책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통상 새 정부의 뜻대로 처리해주는 경우가 많았던 정부조직법조차 바꾸지 못해 여성가족부는 여전히 차관 대행이라는 기형적 체제로 존속해 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후 용산어린이정원을 깜짝 방문해 초등학생들 리틀야구 시합을 참관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정치 중립 의무 때문에 총선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윤 대통령은 입법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방식으로 이를 표현하고 있다. 전날 '도시 주택 공급 점검회의'에서는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도심소형주택 세제 감면 등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부동산 법안 개정안들을 발의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우리 정치가 주거 안정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다 함께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도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를 열고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野 강행처리 vs 거부권' 반복될듯…국민의힘 101석 무너지면, 대통령 탄핵 가능


물론 야당이 총선에 승리해 3년 이상 남은 윤 대통령의 임기 동안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이 안 된다고 해도 이 역시 국민의 선택이기 때문에 방법은 없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강행처리로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지속하면서 여야 충돌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도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인 101석을 지켰을 때 얘기다. 일각의 예상대로 야당이 200석을 뛰어넘는 압승을 거둔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에서 가결 요건인 재적의원 2/3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재의결해버리면 그만이다. 국가의 근간인 헌법을 바꾸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윤 대통령의 직무 자체를 정지시켜버릴 수도 있다.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극도의 긴장 상태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국민을 믿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尹대통령, 마지막 5일간 '사실상 대국민 호소' 일정


윤 대통령은 연일 현장 일정을 통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총선 개입이라는 야권의 비판을 감수할 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부산=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부산 명지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를 하며 투표함에 용지를 투입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4.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조수정

사전투표가 시작되던 5일에는 핵심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을 방문해 사전투표를 시작으로 종일 일정을 이어갔다. 특히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를 찾아 "국내 최고 수준의 실력"이라고 평가하면서 의료개혁 필요성을 역설하고 병동 신축 예산 7000억원 전액 지원을 약속했다. 올 초 피습 당시 부산대병원에 이송되자마자 응급 의료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떠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함과 동시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을 나왔으나 입학 취소를 당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딸 조민씨의 입시 비리 혐의를 떠올리게 하는 일정이었다.

종교계 민심도 챙겼다. 3월에 기독교 예배에 연이어 참석한데 이어 4월5일과 7일에는 각각 불교 천태종과 조계종의 상징적 사찰인 삼광사와 진관사를 방문해 불교계 인사들과도 만났다.

8일 '도시 주택 공급 점검회의'에서는 민주당 정권이었던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문제를 집중 부각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상화 정책을 위해서라도 표를 달라는 호소로 읽혔다.

본투표를 하루 앞둔 이날에는 인천 중구 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을 방문해 꽃게철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현장을 점검하고 단호한 대응을 지시했다. '중국에 셰셰(謝謝·감사합니다)하면 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북한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에는 강력하게 단속하는데 지난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신경쓰느라 제대로 단속을 못해서 애꿎은 우리 어민들만 큰 피해를 당했다"고 비판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