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연임 권유 많이 해"…이재명, 당대표 또 할까

[the300]

오문영 l 2024.04.17 05:40
(인천=뉴스1) 이승배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인천 계양구 을) 대표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투표가 종료된 11일 새벽 인천시 계양구 후보의 선거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4.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인천=뉴스1) 이승배 기자

"이재명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 당권에 도전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지난 16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당대표 연임 가능성을 놓고 "본인 결단의 문제"라고 했다. 4·10 총선을 거치며 친명(친이재명) 체제가 견고해진 상황에서 이 대표가 연임 도전에 나선다면 전당대회 분위기는 이 대표를 추대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번 총선에서 '비명(비이재명) 횡사'로 불린 당내 경선 결과에 비춰보면 이 대표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세도 공고하다는 평가다. 민주당 대표는 대의원·권리당원 70%(대의원 대 권리당원 표 비율은 20대 1 미만), 국민·일반당원 30%로 선출된다. 이는 지난해 말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대의원의 권한은 기존 대비 축소하고 권리당원 몫은 늘린 것이다.



'당대표 연임' 득과 실은?


그렇다면 이 대표 입장에서 당대표 연임의 정치적 득실은 무엇일까. 일단 대권을 바라보고 있는 이 대표에게 '당대표 직함'은 매력적인 선택지 일 수밖에 없다. 제1야당 대표는 향후 윤석열 정부 후반기 정국에서 존재감을 가장 크게 드러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친명계가 주류를 차지한 22대 국회 민주당에선 당내 갈등으로 리더십에 위기를 맞을 공산도 작다.

당대표 연임에는 잠재적 대권 경쟁자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있다. 현재 민주당에는 이 대표 외에 마땅한 대권 경쟁자가 없는 형국이지만, 다른 누군가가 당대표직을 발판으로 입지를 키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새로운 당대표가 나오면 아무래도 이 대표에게 집중됐던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독보적 대선주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은 당대표 연임일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2022년 8월 당대표에 취임한 뒤로 범야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28~29일 한국갤럽이 서울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27%로 1위를 차지했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4%로 뒤를 이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당대표직을 유지해야 사법리스크 방어에도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검찰과 법원 입장에서 300명 중 한 명인 의원 신분보다 제1야당 대표 지위를 갖고 있을 때 더욱 부담을 느낄 것이란 관측이다. 이 대표는 현재 7개 사건, 10개 혐의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다. 만약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참석자들이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9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권심판·국민승리 총력유세에서 총선승리 기원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24.4.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그러나 부담도 없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한 한 당선인은 "이 대표 입장에선 '총선 압승' 이상의 성과를 내기는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야권이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개헌·탄핵이 가능해지는) 200석 이상으로 압승했다면 당대표 연임에 대한 부담감이 덜했을 수 있다"고 했다.

2026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이 대표가 당대표직을 연임한다면 '당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때에는 대통령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당규에 따라 지방선거 전인 2026년 3월쯤 대표직에서 사임할 것으로 보이지만,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직전 당 대표였던 이 대표 역시 책임을 피해 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민주당의 대표 임기는 2년이다.



"주변에서 권유 많이 해"…李, 마음 바꿀까


이 대표의 당대표 연임 시나리오는 그간 민주당 내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총선 공천 파동이 극에 달했던 때 잠시 수그러들기도 했으나, 총선 이후 다시 빠르게 힘을 받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SBS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강화한다든가, 국민이 원하는 대여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에서 (이재명 대표가) 연임을 하는 것이 나쁜 카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거 이 대표 스스로가 연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는 "그 당시는 여러 가지 사법리스크 때문에 당내에서 공격도 많이 받고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던 때가 아닌가"라며 "지금은 그 당시 하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초 기자회견에서 "당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중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연임설을 일축한 바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도 통화에서 "(총선 이후에) 이 대표에게 당대표 연임을 권유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이전에 연임 얘기가 나올 때면 시기상조라는 말이 많았는데 이제는 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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