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 다한' 이재명에 尹대통령, 5번 고개 끄덕…어떤 대목?

[the300]

박종진 l 2024.04.29 16:31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4.29.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첫 영수회담에서 조목조목 정부를 비판하는 이 대표의 발언에 연이어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특히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달라' '거부권 행사에 유감 표명을 해달라'는 등의 요청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였다.

윤 대통령은 29일 오후 2시부터 용산 대통령실 2층 집무실에서 이 대표와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이날 회담에는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각각 참석했다.

이날 회담은 모두발언이 공개되고 이후 비공개 시간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선거 운동하느라 아주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다 이제 건강 회복하셨느냐"고 인사했고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피로하다. 고맙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고 원형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착석한 뒤 이 대표가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던 거 같은데 날씨가 아주 좋은 거 같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저와 이 대표님하고 만나는 걸 우리 국민들이 다 고대하셨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준비해온 A4 용지를 꺼내 모두발언을 했고 윤 대통령은 "손님 말씀 먼저 들어야죠"라며 별다른 모두발언을 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4.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조수정

이 대표는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다라는 그런 마음으로 우리 국민들의 말씀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주는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과 R&D(연구개발) 예산 복원, 전세사기특별법 처리 등을 요구했다. 의료개혁과 연금개혁, 특검법에서 민주당의 입장도 주장했다.

특히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고 말해 사실상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필요성 등을 거론했다.

주요 현안에서 '할 말'을 다 한 이 대표에 대해 윤 대통령은 모두 다섯 차례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청했다. 먼저 이 대표가 "오늘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저의 입을 빌린 우리 국민들의 뜻이다 이렇게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하자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또 이 대표가 '대한민국은 삼권분립 국가'라며 "대통령께서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이 대표가 "지금부터 정치를 하시겠다 이렇게 말씀하신 것을 제가 언론에서 봤고 또 저를 이 자리에 이렇게 불러 주신 것이 그 출발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다. 지속적인 노력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나타냈다.

마지막으로는 이 대표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라는 약속을 해 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또 정중하게 요청드리는 바이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4.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전신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마치면서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것이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긴 하지만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을 두려워하고 존중하신다면 대통령님과 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서 저희가 돕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좋은 말씀 감사하다"며 "평소에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저희가 예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은 오후 4시14분쯤 종료됐다. 예정됐던 1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이상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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