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첫 회담, '의대 증원' 한뜻…'전국민 25만원'엔 이견

[the300](종합)

박종진, 안채원, 한정수 l 2024.04.29 18:16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첫 영수회담에서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전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의 문제를 놓고는 이견만 확인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은 오늘 오후 2시부터 집무실에서 이재명 대표와 차담회를 가졌다"며 이같이 전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차담은 약 2시간15분 동안 진행됐다. 대통령실에서는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홍보수석이 배석했고, 민주당에서는 비서실장과 정책위의장,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이 수석은 "차담에서는 민생경제와 의료개혁 중심으로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며 "차담회 관련 별도 합의문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 민주당 대표와 민생 문제에 대해 깊이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에 이르진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며 의료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성과로 꼽았다.

이 수석은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 대표는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어서 어떤 형식이든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향후 정례적으로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례적이라고 하면 매월 첫째 주 등 날짜를 정하는 것이지만 그런 식으로까지는 이야기가 없었다"며 "종종 만나자고 했으니 필요할 때 합의해서 만나는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정책적 현안이라는 데에도 인식을 같이 했다. 다만 이 수석은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야당 간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며 "여기에 대해 조금은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수석은 "대통령은 여야정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꼽혔던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이 수석은 "많은 관심을 가지실 생계지원비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은 물가, 금리, 재정 상황 등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운 분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며 "그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지원 방안, 서민 금융 확대 방안, 전세사기 특별법 피해자 지원 방안 등 설명이 있었다. 특히 소상공인 지원과 서민 금융 확대는 우리 정부가 큰 규모로 지원하고 있고, 민주당에서 제기하는 부분은 추가로 지원을 요청하는 부분이어서 정부 추진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필요할 경우 야당이 제기하는 부분을 여야 협의를 진행하면서 시행 여부를 논의하자는 취지로 논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표는 언론에 공개된 영수회담 모두발언에서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 회복 지원금은 꼭 수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수석은 "연금개혁 문제가 나왔는데 이 대표가 국회 공론화위원회에서 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정부의 방향을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국회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 많은 데이터를 이미 제출했다고 말했다"며 "연금개혁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계속 양측 협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며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에 대한 지원에 공감한다. 다만 국회 제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 청구권을 갖는 건 법리적 문제가 있어서, 이런 부분을 해소하고 다시 논의하면 좋겠다. 그러면 무조건 반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영수회담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제1책무"라며 "채 해병 특검법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통령실 이도운 홍보수석, 홍철호 정무수석, 정진석 비서실장, 이재명 대표, 윤석열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박성준 대변인.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 대표는 또 모두발언에서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고 말해 사실상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필요성 등을 거론했다.

다만 비공개 회담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모두발언에서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국정을 운영하다 보니 정책이 현장에서 이뤄질 때 어떤 문제점과 개선점이 있을지에 대한 민심 정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을 없앴다가 2년 뒤 다시 만들었는데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조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자당의 요구를 대체로 수용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나타내면서도 소통의 필요성을 인정한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안이해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 민생회복으로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며 "다만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고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 대표가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에 의미를 둬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다라는 그런 마음으로 우리 국민들의 말씀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조목조목 정부를 비판하는 이 대표의 발언에 연이어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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