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지지·巨野 협력 필요한 윤 대통령…민생에 올인해야"

[the300][MT리포트-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④

박소연 l 2024.05.06 09:30

편집자주 3년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는 임기 끝까지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한다. 지난 2년의 국정 '설계'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민심의 지지와 야당의 도움이 필수다. 하지만 극렬한 진영대립과 정치 양극화는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대한민국이 한발 앞으로 내딛기 위해 무엇을 노력해야 할지 어떤 준거를 붙잡아야 할지 헌법적 가치의 측면에서 살펴본다.

더 강해진 여소야대, 윤석열 대통령 어떻게 해야 하나/그래픽=조수아

윤석열 대통령에게 4·10 총선 여당 참패는 패배 이상의 의미다. '총선만 이기면'이라는 용산의 희망적 가정은 더이상 자리할 수 없다. 더 센 그들이 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일극체제'가 더 선명해졌고 대놓고 '3년(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은 길다'고 외친 조국혁신당이 더해졌다. 국회 내 '반윤 전선'은 192석에 육박한다. 여당 내 대통령 장악력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22대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대통령보다 길다. 더 이상 윤 대통령의 공천 영향력을 의식하지 않는다. '용산 리스크'가 확인된 이상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설 여지가 많다.

윤 대통령은 궁지에 몰린다. 새 정권의 힘이 가장 강력한 지난 2년조차 '여소야대' 탓에 노동·교육·연금개혁 등 국정과제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남은 3년간도 국회에 발목잡혀 주저앉지 않으려면 국정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철저한 자기반성 필요…'민생 올인' 쇼라도 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4.29.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이 2년 만에 영수회담을 하고 기자회견을 예고한 것은 변화의 첫걸음이지만 아직 숙제가 많다. 총선 결과에 대한 처절한 자기반성,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이번 선거로 드러난 정권심판론의 핵심은 대통령의 국정방향 전반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라며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고칠지 국민들에게 얘기해야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회복되는데 그런 메시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정 방향은 옳았고 최선을 다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절박한 반성문을 기대했던 민심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국정지지도가 20%대로 급락한 결정적 원인이 됐다. 여소야대의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국민의 지지뿐이란 점에서 민심을 바로 읽고 지지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민생경제에 해법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지난 2년간 국회에서 강대강 대치하면 (정부로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다는 게 입증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아예 국정이 올스톱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이슈로 부딪히면 이길 수 없는 국회 구조가 됐기 때문에 대통령이 낮은 자세로 민생과 경제 이슈를 갖고 국민들과 직접 상대하는 것만이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 흉내라도 냈듯이 윤 대통령이 수시로 장관들 불러모아 2030 일자리, 주택문제를 논의하고 때로는 용산에 야전침대를 놓고 야근하고 땀흘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야당이 협조를 안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7번 영수회담하고 협조를 구하지 않았나. 국민을 위한 '민생 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통 어떻게? 참모와 권한 나누고 현장서 공감능력 길러야"


16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생중계를 지켜보며 윤 대통령의 총선 관련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4.4.16/사진=뉴스1

이는 곧 소통방식의 문제와 직결된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정부의 정책 방향을 국민들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 주변에 누가 있는지 국민들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믿을 만한 방향성을 제시해줄 '대통령의 팀'이 안 보이고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정책이 결정되는지 모호하게 느낀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이를테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실장이었던) 김상조씨는 뉴스에 수시로 나와 활발히 소통했다. 이번 정권에서는 초반에 전면에 나섰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입을 다물고 있다"며 "결국 리더십의 문제다. 대통령이 혼자 국민들의 답답함을 풀어줄 수 없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자기 소신과 비전, 철학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믿고 권한과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했다.

공감능력도 관건이다. 이를 위해 현장 밀착이 필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국민정서에 호소해야지 공감이 안 되는 얘기를 일방적으로 많이 한다고 소통이 아니다"며 "탁상공론적 얘기를 지양하고 되도록 현장에 부합하는 국민들의 불만, 고통에 근거해 발언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학교나 식당에서 청년들, 소상공인들의 밑바닥 민심을 듣고 낮은 자세로 공감한 뒤 얘기해야 감동이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여당 존중·야당과 타협…민주주의 원칙 살려야"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후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0.31/사진=뉴스1

결국 민주주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박상훈 전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권위주의 때와 달리 민주주의 체제 대통령은 3권 중 하나인 행정수반으로서 나머지 권력들과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며 "집권당을 존중하는 게 시작이다. 정상적 당 운영에 윤핵관 등을 통해 관여하지 않고 당의 경험 있는 사람들이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 대통령은 참모진을 자기 사람들로만 채우는 걸 포기해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정당 김중권씨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보수인사인 김우식씨를 비서실장으로 썼다. 좋은 당정관계, 입법부와 상호작용을 위해서 대통령실부터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은 야당에 40% 정도 주도권을 인정해주고 60% 협조를 받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구현하기에 적절하다"고 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국가주의, 사법주의적 국정 운영 기조에서 의회주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 견제와 균형, 민주주의가 위축돼왔다"며 "남은 기간 국정의 성공을 위해서는 민심을 최우선으로 받들고 입법부와 대화, 타협하며 사회 각 영역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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