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들도 깜짝 놀란 '김건희 여사 사과'…소통↑국정기조는→

[the300]

박종진, 박소연, 안채원 l 2024.05.09 16:59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5.09.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사과라는 단어를 쓸 줄 아무도 몰랐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

소통을 위해 자세는 낮췄지만 국정 운영 기조는 흔들림 없다. 21개월 만에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이렇게 요약된다.

총선 패배 탓에 남은 임기 3년을 소수 여당으로 국정을 끌어가야 하는 만큼 몸을 한껏 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질의응답을 시작하기 전 '국민 보고' 형식의 모두발언에서 "저와 정부를 향한 어떠한 질책과 꾸짖음도 겸허한 마음으로 더 깊이 새겨듣겠다"고 말했다.

첫 질문으로 나온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해서는 "국민께 설명해드리고 소통하는 것이 많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언론을 통해서 저희가 미흡한 부분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기회를 가져야겠다"고 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서는 처음으로 '사과'했다. 올 초 KBS와 신년 대담에서는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아쉽다" 정도로만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부산엑스포(2030세계박람회) 유치 실패에 따른 대국민 담화 때도 "정말 죄송", "제 부족함"이라고 했지 '사과'를 말하지는 않았다.

사과는 상대에게 미안한 감정을 주로 나타내는 '죄송'이나 '송구'와 달리 자신의 잘못을 보다 직접적으로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뜻이 담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기자회견을 앞두고 참모들과 함께 예상 질문을 놓고 답변을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사과'는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단어였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5.09.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하지만 윤 대통령은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현장에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회견장에서 '사과'라는 말이 나오자 (참모들) 모두 깜짝 놀랐다"고 했다.

대신 야권의 특검 공세에는 원칙론을 유지했다. 김 여사든 채상병이든 기존 수사기관의 진행 상황과 무관하게 덮어놓고 특검을 주장하는 건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처럼 법과 원칙을 내세우는 국정 기조는 남은 임기 3년 동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근간으로 하는 국정운영 방향은 앞으로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시장경제와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우리의 경제 기조를 잡는 것은 헌법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며 "일관성을 유지할 것, 바꾸고 고쳐야 할 것을 세심하게 가려서 고칠 것은 고치고 또 일관성을 지킬 것은 지키고 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소통을 강화하는 쪽으로 국정운영 방식은 바꾸되 정책의 근본 방향은 지켜간다는 얘기다.

세금정책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을 비롯한 각 분야의 소위 '징벌적 과세'를 정상화하겠다는 취지의 기존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세제의 경우 "시장 질서를 왜곡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 과도한 세금이 부과되면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에게 조세전가가 이뤄진다"며 야당의 비판대로 '부자감세'가 아니라는 점도 새삼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 사회자는 김수경 대변인. 2024.05.09.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저출생과 같은 국가적 존망이 걸린 문제에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말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때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결국 야당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이 국정 기조의 일관성을 거론하자 일제히 '성찰이 없다'며 맹비난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주요 국정 현안에 답하면서 "국회의 협력"을 거듭 당부했다. 야당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여론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국민과 국회를 더 설득"하는데 성패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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