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압력에 문턱에서 엎어진 '방송법 개정안'

조중동, 靑·새누리에 압박…민주 "국회가 종편 업무대행사냐"

이미호 l 2014.02.28 16:12
·방송사 편성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새누리당이 여야 합의사항을 채 하루가 안 돼 뒤집었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소유하고 있는 신문사들의 압박이 있었다는게 중론이다.

26일 미방위 법안소위는 새벽 1시까지 심사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방송사 편성위원회를 사측과 종사자측 동수로 구성하는 조항이 포함된 방송법 개정안(민주당 이상민 의원 발의)에 새누리당이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 이날 오후 내내 회의가 열리지 않는 등 진통을 거듭했다.

하지만 여야 간사가 협의에 나서면서 방송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것으로 합의했다. 단말기유통법 등 다른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연계 합의'하는 조건이었다.

다만 의결은 다른 법안과 함께 맨 마지막에 '일괄 처리'하기로 했다. 미방위가 6개월간 '개점 휴업' 상태를 유지하면서 밀린 법안이 약 100건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날 모든 법안의 심사를 마친 여야는 다음날인 27일 오전 10시에 법안소위를 속개, 의결하는 것으로 정했다.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도 "전날 편성위 동수 구성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에 뜻을 모았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전 회의장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파행이 빚어졌다.
법안처리에 동의했던 의원들이 불과 9시간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나선 것.
종편과 보도전문채널 등 민영방송사는 편성위 동수 구성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새벽 이후부터 아침이 되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종편을 소유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이날 조간 신문에 일제히 민간방송사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방송법 개정안은 개악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방송법 개악의 주역으로 새누리당 한선교·조해진, 민주당 이상민·유승희 의원을 꼽는 등 특정 의원을 압박하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언론보도 외에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부와 새누리당 최고위층에 이들 방송사들의 강력한 주장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방송법 개정안은 절대 안 된다"며 미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회의장에 가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10시 미방위 회의장 앞에서 만난 한 정부측 인사는 "기사 난거 못 봤어요? 새누리당 지도부가 그걸 보고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아직 의사봉은 두드리지 않았으니 더 논의할 여지는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승희 미방위 민주당 간사는 "새누리당 미방위원들은 낯부끄럽지 않은가. 누구보다 방송법의 내용을 잘 알면서 일부 종편신문사의 호도에 부화뇌동해 방송법의 근간을 부정하는 모습은 추하다"고 성토했다.
또 "국회가 종편 업무대행사냐"며 현 정부와 집권여당이 일부 언론사의 목소리에 휩쓸리는 모습을 강력 비판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