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처제가 생일선물 받아도 내가 과태료 낸다?

공직자·사학 교원, 가족의 소액 금품수수도 규제대상…논란 예고

김성휘 기자 l 2014.05.27 18:30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 2015년 6월. 사립학교 남자교사인 A씨는 처제가 받은 생일선물 때문 고민에 빠졌다. 처제가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로부터 10만원 상당의 생일 선물을 받았는데 이게 공직자 부정청탁금지상 금품수수에 해당돼 A씨가 과태료를 물게 됐다. 해당액의 2~5배인 과태료 규정에 따라 그는 적어도 20만원은 내야한다. 금액은 둘째쳐도 교원에게 과태료 처분은 승진과 고과에 치명적이

공공기관·공직유관단체 종사자에 대한 부정청탁이나 금품 수수를 금지하는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방지법 제정안)이 오는 6월 국회를 통과할 경우를 가정해 구성한 가상상황이다. 27일 국회에서 논의된 김영란법이 현재 방안대로 시행되면 공직사회 뿐 아니라 이처럼 일반인들의 사회생활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국회에 제출된 4건의 김영란법 심의 결과, 여야는 공직자 금품 수수의 경우 대가성(직무관련)에 관계 없이 100만원이 넘으면 형사처벌하고 100만원 이하이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으 가닥을 잡았다. 각종 경조사, 동호회 활동, 또는 지극히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따른 대가 없는 선물 등이 자칫 부정청탁이나 부당한 금품수수로 처벌될 수 있다.

여야의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이 법은 민간부문에도 적용된다. 당초 정부안과 의원입법에 명시한 국공립학교 뿐 아니라 초중고,대학, 유치원, 어린이집을 포함한 사립학교도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배제해선 안된다는 이유다. 

가족도 규제대상이 된다. 본인 형제자매,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 따져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가족끼리 결혼식장례식 등 경조사를 챙는 건 예외로 인정하지만 '가족'의 범위가 변수다. 민법 779조에 따르면 본인과 직계 혈속 및 형제·자매, 배우자와 배우자의 직계 혈족과 형제·자매 등이 가족이다. 새정치연합 김영주·이상민·김기식 의원안, 정부안 등 4종의 김영란법 모두 이 범위를 적용했다. 김영란법에서 가족 범위를 따로 정하면 다른 법률과 혼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론도 제기된다. 독립생계를 꾸려 평소 교류도 없는 형제자매의 사회활동 결과, 이를 알지도 못했던 공직자가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기 때문이다. 상식 선에서 범죄로 여겨질 수 있는 100만원 초과 금품을 처벌하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소액인 경우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정무위에 계류중인 법안은 해당 공직자 소속기관에서 지급하는 물품 △친족이 부조 목적으로 제공하는 경조비 △그밖에 통상적 범위의 경조 관련 금품 등을 처벌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통상적'이란 규정도 모호해 사실상 관혼상제 외엔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많은 경우의 수가 발생, 각각이 김영란법에 저촉되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면 적잖은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마련한 입법예고안이 각 부처 의견수렴을 거쳐 직무관련성이 있어야 처벌하도록 수정된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며 "직무관련성을 따지는 것무조건 '후퇴'로 규정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함께 살거나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으로 범위를 좁히는 방안이 거론된다. 가족을 '동거인'으로 최소화하면 적용범위는 550만명, 민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최대 1786만명이 해당한다. 김용태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법안소위원장)는 이날 회의 뒤 브리핑에서 "가족에게도 이 법을 적용할 경우 연좌제 금지에 저촉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정무위 법안소위는 이 같은 우려를 인정, 법안의 큰 틀에 합의하고도 통과절차는 6월 국회 이후로 넘겼다. 19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 배치는 이날로 종료돼 새로운 여야 의원들이 후반기 정무위를 구성한다. 일부 의원은 정무위에 남아 연속성을 가질 전망이다. 새 정무위원장은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지낸 정우택 의원(3선)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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