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스트라이커' 최재성…원내대표 골문 돌파할까

[the300][국회의원 사용설명서]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배소진 기자 l 2015.05.06 08:07

편집자주 7일 치러지는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the300은 이종걸·조정식·최재성 후보의 사용설명서를 소개합니다. 이전에 보도된 김동철·설훈 의원 사용설명서를 포함, 5인후보의 사용설명서 종합기사는 '런치리포트'로 묶어 소개합니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130석은 범민주당이 역대 선거에서 얻은 두 번째로 많은 의석수입니다.구도와 심판론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석은 ‘아무리 공천을 잘해도’ 130석보다 크게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7일 열릴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하는 최재성 의원은 '집권'이 얼마나 절실한 지 잘 안다. 초선 여당의원으로 정치 생활을 시작했지만 대통령의 탈당으로 여당의 지위를 잃었고, 재선·3선을 거치며 대선과 총선에서의 잇따른 참패를 눈 앞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문재인 당대표 체제 후 새정치연합은 '유능한 경제정당'을 앞세워 여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급격히 줄였다. 그러나 '성완종 정국'에 휩쓸리며 중심을 잃은 야당은 또 다시 '정권심판'을 외쳤고, 4.29 재보선에서 대패했다.

최 의원은 지난 1일 원내대표 출마선언문을 통해 다시 '경제'를 말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중간지대를 잡기 위해선 그들의 관심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는 문 대표가 대표연설에서 주창한 '신 경제'(New Economy), '소득주도 성장론'을 뒷받침할 해박한 경제지식을 갖췄다. 특히 19대 국회 내내 기재위 조세소위원으로, 또 전반기엔 예결위 야당간사를 맡으며 예산과 세법의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됐다.

기재위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초이노믹스는 실패"라며 각을 세웠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는 세금-복지 문제와 쟁점현안을 바라보는 시각 면에서 궁합이 나쁘지 않다. 정부여당을 향해선 '강경 투쟁', 원내에선 '전략적 협상'이라는  다른 목소리를 동시에 낼 수 있는 내공을 갖췄단 평가다.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사진=뉴스1



[그는→ 학생운동가에서 '3선' 생활정치인으로] 
경기도 가평군 상면 봉수리 장화상회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부대 앞에서 군인들을 상대로 음식과 생필품을 파는가 하면 직업군인 하숙을 치기도 했다. 4살때 지금의 남양주 조안면 봉안으로 이사, 지역구와 첫 인연을 맺었다.

유복한 집안은 아니었다. 집 근처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이 부러워 몰래 유치원까지 따라 들어갔다가 맞고 돌아와 떼를 쓰곤 했다. 철 없는 아들 탓에 어머니는 배추장사를 해서 그를 유치원에 보내줬다. 

84년 대학생활을 시작하자마자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부모님과 큰누나의 간곡한 청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정권에 대한 투쟁은 당시 '청년의 사명'이었다. 동국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간부로서 3차례의 수배, 2차례의 투옥을 겪었다. 제적을 당하기도 3번, 10년 만에 학교를 겨우 졸업했다. 

졸업 후 정치에 뛰어들어야겠단 생각을 굳힌 후엔 포장마차를 시작으로 김장배추 장사, 신발 노점, 건설현장 막노동, 오징어 장사, 악세사리 공장, 미장이 보조 등 근 10년간 생활현장을 피부로 경험했다. 이 같은 경험은 서민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정치적 밑거름이 됐다.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전대협 출신이 대거 공천을 받을 때 최 의원도 38살 어린 나이에 이름을 올렸다. 이 때 함께 국회에 입성한 동료들이 이인영·우상호·김태년·오영식·정청래 현 새정치연합 의원 등이다. 

이렇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을 타고 금뱃지를 달았던 17대 초선의원, 이른바 '탄돌이'들은 18대에서 대거 낙선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격전지인 수도권에서 712표 차이로 살아남았다. 19대서도 지역구를 굳건히 수성, 이제는 내리 3선에 성공한 중진으로 우뚝 섰다.
 

[키워드→13초의 승부사] 
23개월, 702일. 최 의원은 대변인만 총 4번을 지냈다. 초선 때인 2007년 2월, 당시 당 의장이던 정세균 대표에 의해 열린우리당 대변인에 처음으로 발탁되고 같은 해 대통합민주신당에서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를 지냈다. 또 옛 민주당과 통합한 통합민주당에서 원내대변인을, 민주당 정세균 대표 체제 출범 후 당대변인에 기용됐다. 

최 의원의 첫 브리핑은 "오늘 노무현 대통령께서 열린우리당을 탈당했습니다"로 시작한다. 당 이름이 수 차례 바뀌던 대격랑의 시기 최전선에 서있었던 셈이다. 여야 당대변인과 원내대변인을 모두 경험하는 독특한 이력도 갖게 됐다. 

최 의원은 풍자와 유머를 적절히 구사하면서도 정부정책의 맹점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아픈 논평'이 발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의 논평을 엮어 '13초의 승부사, 최재성 브리핑'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처음 대변인으로 데뷔할 때 역대 대변인 중 가장 큰 얼굴로 국민들을 놀라게 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방송카메라 기자들이 일반 정치인과 비슷한 크기의 얼굴로 잡아주셔서 특히 감사하다." (최재성 의원 '고별브리핑' 당시 언론기사 발췌)

[키워드→ 합리적 전략기획통] 
2012년 예산국회. 예결위 야당 간사를 맡은 최 의원이 2013년도 정부예산안을 살피던 중 세수결손으로 '구멍'이 생길 것이란 걸 간파했다. 틀림없이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였지만 정부는 펄쩍 뛰며 부인했고, 더 끌었다간 예년처럼 '날치기' 전철을 밟을 게 뻔했다. 

결국 최 의원은 정부를 집요하게 추궁해 "추경은 절대 없다"는 공언을 받아낸 뒤 통과에 동의했다. 5년만의 예산안 합의처리였다.

이듬해 4월, 최 의원의 예측은 맞아 떨어졌다. 박근혜정부가 17조3000억원의 '슈퍼추경안'을 가지고 온 것. 고스란히 남아있는 속기록으로 인해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는 정부의 미흡한 추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했다. 그것도 최 의원이 작성해준 '원고'대로 말이다. 야당이 추경예산 편성 주도권을 쥔 것은 물론이다.

지금도 보좌진들은 당시 최 의원이 2000가지가 넘는 사업을 모조리 외운 뒤 배석자 없이 예산실장을 맞상대했다며 혀를 내두른다. 치열하게 연구하고 상대방의 입장과 행동을 예측, 합리적으로 협상을 이끌어내는 능력은 치밀함과 돌파력을 모두 갖춘 그만의 면모다.
 
 
[키워드 →축구]
2013년 입법∙사법∙행정 3부 친선 축구대회/사진=최재성 새정치연합 의원 공식홈페이지

지난달 말, 기재위 조세소위에 들어서는 최 의원이 며칠 째 다리를 절뚝거렸다. 4.29 재보선 지원 유세차에 올랐다 차량 급정거로 다쳤다고 했다. 원내대표 출마 마음을 굳히고 의원들과의 개별접촉도 많았을 즈음이다. 

'걸을 일이 많을 텐데 다리가 다쳐서 걱정이겠다'고 넌지시 건넨 말에 대뜸 "걷는 게 문제가 아니야. 한일 국회의원 친선 축구대회가 9년 만에 부활했는데 스트라이커가 이렇게 돼 큰 일"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평소 "국가대표로 선발될 때까지 뛰겠다"고 말하고 다닐만큼 최 의원은 지독한 '축구광'이다. 매일 아침 한 번, 주말엔 3경기씩 이틀 등 많이 하는 주는 1주일에 10번도 공을 찬다. 주변에서 '최재성을 만나고 싶거든 새벽 6시 국회 운동장에 가라'고 조언해 줄 정도. 스스로도 "300명 국회의원 중 축구실력은 독보적"이라고 자부한다.

[잠깐! 이사람의 러브스토리→ 너는 내 운명]
최 의원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겨울, 한 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옆 동네 소녀에게 한 눈에 반했다. 

"운명은 예고도 없고 갑자기 그리고 비논리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분명했다. 약간 갈색머리에 또렷한 이목구비, 제법 큰 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량없는 신비감이 그녀를 감싸고 있다는 것이었다. 장차 내 색시감이라는 믿음이 자연히 자리잡았다." (최재성 의원 공식홈페이지 발췌)

아내와 처음 만날 날의 에피소드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내에게 잘보일 요량으로 스케이트날로 얼음에 구멍을 내던 남학생에게 핀잔을 줬다가 그 일행으로부터 뭇매를 맞은 것. 그가 자신보다 한 학년 위 형인지 몰랐던 탓이다. 

그렇게 첫사랑에 빠진 그는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아내에게 '결혼하자'는 편지를 보냈고, 그 후 지금까지 길고 긴 '애처가'의 길을 걷게 된다. 참고로 최 의원의 말을 빌리면 "아주 중요하고도 어처구니 없는 사실은 만신창이가 됐던 그날 스케이트장 사건을 아내는 지금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잠깐! 이런 면도? → 요즘 대세 '요리하는 남자']
최 의원이 직접 만든 요리들/사진=최재성 새정치연합 의원 트위터

최 의원의 또다른 취미는 '요리개발'. 때로는 입맛이 떨어진 아내를 위해, 때로는 냉장고 자투리 채소 소진을 위해 앞치마를 두른다. 

[대표법안]
*전두환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 2013년 전두환 전 대통령 등 불법재산환수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전두환추징법'을 대표발의했다. 불법자금 여부에 대한 입증을 재산을 가진 자에게 묻도록 하는 방식으로 위헌소지를 절묘하게 넘어섰고, 발의 한 달 만에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이후 16년간 검찰이 제대로 손대지 못했던 전 전 대통령의 재산환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재벌증세'법 : 대기업 비과세·감면과다로 실효세율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최저한세율을 17%에서 18%로 올리는 조세특례제한법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이밖에 기업이 적정 유보소득 초과시 최대 25%의 법인세를 적용하는 법인세법, 과세표준 3억원 이상에 대해 최고세율 42%를 신설하는 소득세법 등 재벌·대기업을 겨냥한 법안을 다수 발의했다. 최근 '연말정산 사태'를 계기로 고소득자에 대한 공제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도 내놨다.

[그의 사람들] 
*윤호중 새정치연합 의원 : 남양주 시 바로 옆 구리시 지역구 의원이자 기재위 동료 의원으로, 지역현안과 상임위 활동 등을 가장 긴밀하게 상의하는 대상이다. 최 의원은 "한마디로 '배짱이 맞는' 의원"이라고 그를 평가한다.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 : 19대 전반기 국회에서 예결위 여야 간사를 맡아 호흡을 맞췄다. 축구사랑도 공통점으로, 국회의원축구연맹에서도 여야 부회장으로 각각 활동 중이다. 서로가 '당은 다르지만 뜻이 잘 맞는 동료'로 꼽는다.

*가수 임재범: 서울고 1년 후배. 그를 두고 최 의원은 "우리집에서 라면깨나 없애던 녀석"이라고 회상한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도 임재범의 '사랑'을 꼽는다.

[이 한장의 사진]
/사진=최재성 새정치연합 의원실 제공


젊은 시절 쌓은 풍부한 현장경험은 지금도 정부정책의 맹점을 보게하는 최 의원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요주의!] 
벌써 3선의 중진이지만 '선수'(選數)만큼이나 나이에 대한 우대도 확실한 국회에서 만49세 최 의원은 '너무' 어린 축에 속한다. 19대에서 상임위원장을 내심 노렸지만 연배가 높은 의원들이 워낙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뒷방 어르신으로 물러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정세균계 범친노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극히 옅은 것은 강점이자 약점. 수도권 3선이라는 중량감에 비해서 당내 입지나 대중적 인지도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대 불출마 선언이 '아킬레스건'. 하지만 지역구를 워낙 공들여 닦아둔 덕에 '최재성 아니면 남양주는 여당에 넘어간다'는 게 당안팎의 평가.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그래서 중요하다.

[프로필]
△1965년(49) 경기 가평 출생 △서초중학교 △서울고등학교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동국대 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 △동국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수료 △동국대 총학생회장 △남양주시 정책기획단 상임부단장 △17대~19대 국회의원(경기 남양주시갑) △열린우리당 대변인 △대통합민주신당 원내대변인 △민주당 대변인 △19대 전반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19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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