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3개중 1곳 '고용세습' 있다는데…진전 없는 방지법안

[the300-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⓼-고용세급방지법(1)]

김세관 기자 l 2015.12.11 05:51

편집자주 19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머니투데이 더300과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는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임에도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이해충돌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을 선정 '19대국회, 이 법만은' 시리즈를 런치리포트로 기획합니다.



노사 단체협약을 통한 '고용세습'은 그간 아는 사람만 아는 형태로 유지돼 왔다.
그러나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고용세습에 대한 비판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법원은 최근 판결을 통해 고용세습에 제동을 걸고 있다. 국회에도 고용세습을 금지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직원의 자녀를 특별채용 하도록 한 현대·기아자동차의 노사 간 단체협약 내용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유족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을 결격사유가 없는 한 6개월 내 특별채용해야 한다'는 단체협약을 근거로 법원의 문을 두드렸었다.  그러나  법원은 단체협약의 내용이 사용자의 고용계약 체결 자유를 박탈한다는 이유를 들어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울산지방법원도 2013년 현대자동차의 업무상재해사망자 유족 특별채용 규정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었다. 


◇언제부터 등장했는지 '불분명'…공기업까지 확대

'우선채용', '특별채용' 이라는 이름의 기업 '고용세습'이 언제부터 단체협약 등에 등장했는지는 명확치 않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노동 전공 학자들도 이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부족함을 인정하고 있다.

취업문이 지금보다 넓었던 시절 노사 간 임금협상 등의 협의 과정에서 '상호부조'의 목적으로 도입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현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업 '고용세습' 논란이 수면위로 또 오른 것은 2011년 현대자동차 노조의 단체협약 요구안에 '신규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 자녀에 대해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밝혀지면서부터다.

당시 현대자동차 노조를 향한 문제제기가 거셌고 현대차 노조는 단체협약 '고용세습' 내용이 이미 여러 회사에 도입된 제도라고 반박해 특정 회사만의 관행이 아니라는 점이 부각되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자동차 외에도 수협, 한국GM, SK하이닉스, 효성중공업에서 이런 단체협약 관행이 보고됐으며, 코레일 등의 공기업에서도 '고용세습'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기업 30%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 포함…방지 법안 논의 '제동'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3월 공개한 '단체협약 실태분석' 조사에 따르면 727개 기업 중 단체협약에 조합원 가족 우선 또는 특별채용 규정이 있는 기업이 221개(30.4%)인 것으로 나타났다.

8월에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청년이 가고 싶은 100대 기업 중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이 있는 곳이 11곳에 이른다'는 조사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올해 들어 잇달아 기업의 '고용세습'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여당 의원들의 대표 발의가 대부분인 것이 특징이다.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은 3월 근로자의 가족이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했다는 이유로 우선 채용하거나 특별채용하는 것을 차별로 보는 내용의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00대 기업의 단체협약 조사 내용을 발표했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7월 인사에 관한 사항은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없도록 명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같은 당 양창영 의원은 9월 누구든지 사업주의 차별행위를 신고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시정을 권고하는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들은 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서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민현주 의원실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반대가 있어 환노위 논의에 제동이 걸려 있는 상태"라며 "이미 법에 ‘취업기회 균등 보장’ 문구가 있어 행정 지침 등으로 규제가 가능하다는게 정부의 논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6월 환노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재법 만으로 고용세습을 막지 못한다면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지만 권고 및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며 "행정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더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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