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⑨-등록금 카드납부제법

[the300](종합)

박광범 기자,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l 2015.12.18 09:28

편집자주 19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머니투데이 더300과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는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임에도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이해충돌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을 선정 '19대국회, 이 법만은' 시리즈를 런치리포트로 기획합니다.

등록금, 내년에도 현금으로?…'카드납부' 법개정 무산 운명



내년 새학기에도 대부분 대학생들은 현금으로 입학금이나 등록금을 내게 될 전망이다.

시행 13년째인 '대학 등록금 카드납부제도'가 여전히 반쪽짜리에 그치고 있다. 국회에서 카드납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입법시도는 계속되고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관련법 개정안이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19대 국회 들어 '대학 등록금 카드납부제' 관련 법안은 총 5개가 발의됐는데, 이들 법안은 모두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등 주요쟁점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12월 임시국회 법안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다가 20대 총선을 2달여 앞둔 시점의 내년 2월 임시국회 역시 법안논의가 심도 있게 논의될 가능성이 낮아 이들 법안의 19대 국회 내 처리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시행 13년째인 등록금 카드납부제가 실제 대학 현장에선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전체 대학 384개(일반대학, 전문대학 포함) 중 등록금의 카드납부가 가능한 대학은 125개(37%)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학생의 등록금 카드납부율이 1.1%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등록금 카드 납부제가 법에 명시된 것도 아닌데다 카드납부제 시행에 소극적인 대학들 탓에 학생들이 카드로 등록금을 납부하기에는 여전히 까다로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발의된 관련 법안들은 대학 등록금 카드납부제를 법에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모두 새누리당 의원들(심재철·신성범·홍지만·홍일표·이재영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이들 법안 중 비교적 최근에 발의된 심재철·신성범 의원안은 현재까지 단 한 번의 법안심사도 이뤄지지 못했고, 나머지 3개 법안은 지난 2012년 9월 한차례 법안심사가 진행됐을 뿐이다.

당시 법안소위에선 대학 등록금 카드납부제 취지에 대해선 여야 모두 공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등록금 카드납부제에 따른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학교가 부담해야 하는 카드 수수료가 결국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당시 법안소위에서 "이게 좋은 제도이기는 한데 제가 걱정스러운 것은 카드수수료"라며 "(등록금을 카드로) 납부했을 때 수수료를 학교가 부담한다. 그 부담이 나중에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임진대 교문위 전문위원 역시 "결국은 전체 학생한테 부담이 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결국 교문위 법안심사는 해당 법안들의 처리를 보류하고 추후 심사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등록금 납부를 목적으로 한 카드 사용시 가맹점 수수료를 아예 면제하거나(심재철 의원안) 1% 미만으로 제한(신성범 의원안)하는 내용 등의 법 개정안이 추가 발의됐지만 이들 법안은 앞서 보류된 홍지만·홍일표·이재영 의원안과 함께 교문위 법안소위에 계류된 채 논의되지 못했다.

등록금 카드납부제 관련 입법시도는 19대 국회 들어 시작된 것은 아니다. 18대 국회였던 2009년 손범규·김학용 의원이 각각 등록금 카드납부제 시행을 법에 명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들 법안 역시 이렇다 할 논의 없이 임기만료 폐기된 바 있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관계자는 "대학 등록금 카드납부제 도입 요구는 편의성과 가계부담을 낮춰주는데 목적이 있다"며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동시에 수수료 공개 등을 통해 카드사간 경쟁을 유발해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름뿐 '등록금 카드납부제'…문제는 '수수료 전쟁'




이름 뿐인 '대학 등록금 카드 납부제도'의 근본 원인에는 '수수료 전쟁'이 있다는 지적이다. 수수료 이득을 챙기려는 '카드사'와 수수료가 부담스런 '대학', 수수료 불똥이 등록금 인상으로 연결될 것을 우려하는 '학생들' 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단 우려다.

17일 국회 및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한 학생은 100명 중 약 1명(1.1%)에 그쳤다. 등록금 카드납부제가 실효성을 거두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우선 대학별로 특정 카드만 등록금 납부가 가능한 납부환경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등록금 카드납부제가 시행 중인 125개 대학 중 73개 대학(58.4%)은 특정 1~2개 카드사와만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즉 학생들의 입장에선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하기 위해 대학과 가맹계약을 체결한 특정 카드사의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대학들이 다양한 카드사와 가맹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등 등록금 카드납부제 자체에 소극적인 데에는 현재 대학이 부담하는 1.5% 내외의 가맹 수수료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와 같이 카드 납부제 이용률이 저조한 상황에선 수수료가 큰 부담이 아니지만 등록금 카드납부제가 확대될 경우 대학의 수수료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조세재정연구원이 서울 소재 31개 사립대학의 2013년 재학생 및 등록금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등록금 카드 납부제 이용률이 30%로 증가했을 경우 대학의 수수료 총 부담액은 약 116억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수수료 1.5% 기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카드납부제 확대만 강요한다면 결국 '카드사 배불리기' 속 대학 재정 부담 증가에 따른 등록금 인상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선 등록금 카드납부제 이용의 경우에는 수수료를 낮춰야 한단 주장이 나온다. 실제 현재 국회에 발의돼 계류 중인 관련 법안 중 새누리당 심재철·신성범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수수료 인하와 관련된 내용이다.


심재철 의원안은 등록금 납부를 목적으로 한 카드 사용시 가맹점 수수료를 아예 면제하는 내용이고, 신성범 의원안은 같은 경우 수수료를 1% 미만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수수료 인하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수수료율을 정하도록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실제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경우 국민카드와 등록금 수입을 카드사에 일정기간 예치하는 대신 가맹점 수수료율을 면제받는 일종의 신용공여 계약을 적용해 오다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더모아 관계자는 "무엇보다 카드사가 대학들에 수수료를 낮추어 줄 시장 요인이 없다"며 "대학 역시 수수료 인하를 위한 협상력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를 이끌어내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카드 납부제에 따른 수수료를 누가 부담해야 하냐는 논란도 계속돼왔다. 이 과정에선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수수료를 등록금 납부자가 부담해야 한단 의견도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일부 대학들이 카드 납부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들 대학은 모두 수익자부담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 논의의 핵심은 수익자부담원칙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현금납부자가 카드납부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수익자부담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현재 수수료는 대학이 부담하고 있는데, 카드납부자에게만 수수료 만큼 등록금을 할인해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수료를 대학이 부담하는 상황 자체가 등록금 인상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수수료 비용이 등록금 인상분에 반영된다면 현금납부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더모아 관계자는 "수수료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는 납부자-수납자간의 문제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납부자-납부자, 즉 현금납부자와 카드납부자간 형평성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등록금 카드납부제' 시행, 굴곡의 13년


5일 오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해방이화 47대 중앙운영위원회 학생들이 '2015년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기 위한 등록금심의위원회 참가 거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5.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행 13년째인 대학 등록금 카드 납부제도는 여전히 대학 현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2002년 1학기 7개 대학에서부터 시작된 카드 납부제는 시행 초기 신용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 면제 및 3개월 무이자 할부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활성화되는 듯했다. 2003년 1학기에는 112개 대학까지 카드 납부제 시행 대학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카드 납부제는 자리를 잡기도 전 암초를 만났다. 2002년 10월 금융감독원이 가맹점 수수료 0%를 '과당경쟁(기업 간의 생산·판매경쟁이 도를 지나쳐서 행해지는 상태)'으로 분류하고 제재를 예고했다.

수수료 면제가 가능한 8개 항목(주유, 대중교통, 가스, 시설관리공단, 기부금, 수도, 전기, 도로통행료)에 비해 대학 등록금의 공공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것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를 1.5%씩 부과하기로 자율결정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2003년 금융감독원에 대학에 대한 카드 수수료 면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공정경쟁을 이유로 교육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후 카드 납부제는 제자리걸음 했다. 이와 관련, 2007년 권오규 당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장관이 카드 납부제 실시를 위해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지시하기도 했다.

카드 납부제가 대학 현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에 카드 납부제 시행 지침을 권고했고, 등록금넷·한국대학생연합 등은 카드 납부제 거부 대학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카드 납부제 논란은 국회까지 번졌다. 당시 새누리당 손범규·김학용 의원이 2009년 카드 납부제를 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개정안은 18대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어 19대 국회 들어 새누리당 심재철·신성범·홍지만·홍일표·이재영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 한 5건의 관련 법안 역시 임기만료 폐기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