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대리전 '노동법' 공청회…"경제고려"VS"비정규직 양산"

[the300]22일 국회서 환노위 주관 전문가 등 초청 공청회 진행

김세관 기자 l 2015.12.22 15:22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노동관계법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노동시장개혁 5대 법안(노동5법)'에 대한 전문가 및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청취 자리가 22일 국회에서 마련됐다. 각 정당 초청으로 이들에 대한 참석이 결정된 만큼 여야 대리전 양상으로 논의는 전개됐다.

여당의 초대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대내외적 경제상황을 고려해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반면, 야당 추천 관계자들은 '노동5법'이 결국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환노위 의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노동관계법 공청회'를 갖고 전문가 의견을 경청했다.

여당 추천으로 이호성 경영자총협회 상무, 권혁 부산대학교 교수,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관리본부장, 윤희숙 KDI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이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야당 추천으로 강성태 한양대학교 교수,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정문주 한국노총 본부장,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이 진술인으로 참여했다.

여당 추천 전문가들은 우선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기간제법 개정안(35세 이상 기간제 2년 더 기간제 계약 가능)'과 '파견법 개정안(뿌리산업 등 파견 허용 직종 확대)' 등 '노동5법'의 보완책이 더 마련돼야 한다는 데에는 뜻을 같이 했다.

그러면서도 최근의 대내외적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했을 때 청년 고용창출을 위해 '노동5법' 국회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혁 부산대 교수는 "'노동5법'이 차선이라 불만족스럽고 불편할 순 있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법 개정 이후 다시 평가할 기회가 있을 테니 그 평가 통해 다시 입법 방향을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본부장은 "'노동5법'이 경제적 어려움을 방어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조치라면 지금은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희숙 KDI 연구부장은 "좋지 않은 경제상황이 노동배분 효율성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병목이 노동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간제 및 파견 근로자의 차별과 격차를 줄이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추천 진술인들은 '가긴제법 및 파견법 개정안'이 노사정 합의를 파기한 것이고 결국은 '노동5법'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양산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강성태 한양대 교수는 "전체 비정규직 중 34세가 안 되는 사람이 80만명이고 35세 이상이 200만명"이라며 "법률에 기간제 근로 2년 계약 뒤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돼 있지만, 개정안에는 (추가 계약) 4년 이후 사용자가 정규직 체결 강제권이 없어 법적 지휘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3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가 200만명으로 70%를 넘는 상황에서 2년을 더 계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예외적인 게 아니라 원칙의 변경"이라며 "파견 적용 대상 확대도 사내하청을 사용해 불법 파견 시비를 일으키는 대기업에게 유리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노동5법'을 논의하려면 대기업 구조개혁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이날 공청회서 도마위에 올랐다. 구체적으로 대기업 사내유보금을 두고 설전이 오고갔다.

정문주 한국노총 본부장은 "대기업은 사내유보금 710조원을 돌파했고 현금배당잔치를 15조원 이상 했다. 기업 이득을 총수와 일가들이 독식해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부총장도 "실질적인 가계소득이 하락하는 동안 대기업은 사내 유보금이 710조원을 넘어가고 있다"며 "대기업 초과 이득을 어떻게 사회 환류 시키는가가 경제활성화의 실질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창영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 측에서는 대기업이 쌓아둔 사내유보금이 710조원이라고 하면서 이 중 일부만 청년채용에 사용해도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된다고 한다"며 "그러나 사내유보금은 단순한 현금이 아니고 기업의 고정 자산이다. 현금성 자산은 177조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호성 경총 상무는 "사내유보금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팩트가 잘못 이해되고 잘못 인용된 것"이라며 "언론과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이런 내용들을 검증하고 홍보했음에도 사내유보금 규모만을 놓고 인건비로 활용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주장들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렸다. 여당 초청 진술인인 윤희숙 KDI 연구부장은 "사내유보는 장부상의 개념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지만 야당이 초청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단 몇 년 만에 대기업 사내유보금이 200조원 넘게 증가했다. 줄임금 안주고 비정규직 돌리고 하도급 단가 후려쳐서 이윤을 빨대처럼 빨아가는 것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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