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네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the300]

서정아 정치부장 l 2016.10.24 06:00

30일, 83일.

박근혜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는 실명보도가 나간 이후 30일 만인 지난 20일 엄정한 처벌 등 공식적 입장을 표명했다. 하루 전인 19일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학생들이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철회를 주장하며 농성한 지 83일 만에 사임을 발표했다.

그동안 시중에는 갖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국정감사는 파행으로 문을 열었고, 뒤늦게 정상화된 감사에서도 ‘미르·K, 최순실, 정유라, 이화여대특혜’ 관련이 민생이슈를 집어삼켰다. 따로 시작된 두 사건은 같이 얽히면서 복잡해졌다.

그래서 이 사건은 일단락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이제 시작’이라는 반응들을 보인다.

 최 총장은 사임의 뜻을 밝히면서 “ 정씨(유라)의 입시와 학사관리에 있어서 특혜는 없었고 있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농성을 풀었지만 하나의 관문만 넘겼다며 2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교수협의회와 학생들은 정유라 입시비리 조사 촉구에 이어, 교수협의회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는 총장 선출제도개선, 재단 개혁까지 요구했다.

학교측과 교육부는 이 사건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지를 제대로 봐야 할 것이다. 사실 굳건해 보였던 청와대와 최총장의 후퇴(?)까지는 정씨의 학교입학과 성적 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 ‘돈이 많지 않은’ 부모와 자녀들을 순식간에 멍하게 만든 정씨의 글과 정씨에 수많은 특혜를 베푼 학교측에 대한 불만은 아직도 살아 있다.

 한 학생이 쓴 대자보 중 “나, 어제도 밤샜다. 나는 너보다 훨씬 당당하다.이런 상황을 만든 부당한 사람들에게 그저 굴복하는 게 아니라, 내 벗들과 함께 맞설 수 있어서 더더욱 기쁘고 자랑스럽다”는 문구는 전세대를 휩쓸었다. 오죽하면 대학교수들도 사석에서 다 필요없고, ‘교육부 폐지’를 주장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대선에서 찍겠다고 말하겠는가.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한 달 내내 최순실 의혹과 관련해 ‘일고의 가치도 없고, 난무하는 비방’이라고 공식 브리핑을 해왔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고 지지율은 최저치로 떨어지고 나서야 마침내 입을 연 박대통령은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검찰의 관련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가이드라인 삼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여전하다. 검찰의 수사가 만약 꼬리자르기로 멈춘다면 그 이후 상황은 더 예측하기 힘들다.
 
당장 24일 예정된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도 국회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노동개혁, 규제프리존 등 굵직한 경제현안을 추진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을 수 밖에 없다. 최순실 의혹에 김재수 농림부장관 임명 강행, 우병우 민정수석의 국회 증인 불출석으로 버틴 청와대에 대해 ‘여소야대’ 국회가 어떻게 나올지는 뻔하다.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인적쇄신 등으로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대통령을 우습게 만드는 ‘비선’, 권력 1순위· 2순위란 말들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2012년 박대통령의 대선 슬로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는 신선했다. 그러나 최근 갤럽조사에서 20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9%, 30대는 12%에 불과했다. 국민들의 꿈에 다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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