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없었던 국민 개헌 토론회

[the300][런치리포트-내 삶을 바꾸는 개헌]②"동성애 반대시위에 밀려 발언권 잃은 시민·전문가"

김민우 기자 l 2017.09.22 04:16

지난 한달간 7차례 진행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대국민 토론회. 각 지역 현안과 관련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개헌특위의 입장을 정하지 않은 채 토론이 진행돼 사실상 토론이 불가한 '반쪽' 토론회였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참여한 지역시민들도 동성애' 등 특정 이슈에 대해 편중된 의견을 제기하기 위해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수여서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김관영 개헌특위 제1소위원장은 20일 대국민토론회 중간보고를 마무리 지으며 "개헌안을 마련하지 않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문제이므로 개헌안을 마련한 후 토론회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건의사항으로 제기됐다고 보고했다.

 

실제 국회 개헌특위가 자체적인 합의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로 토론회를 진행해 각각의 토론회는 각기 다른 제안을 듣는데 그쳤다.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개헌 특위 내부에서 나온다.

 

토론회에 운영 자체도 미흡해 성별, 세대별, 지역별, 정치성향별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없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성애 같이 특정이슈에 반대하는 분들이 과도하게 발언해서 전문가 의견은 묻히고 일반시민은 자기 의견을 개진하지도 못했다"며 "원래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대국민토론회 취지가 완전히 무색하게 된 것 아니냐. 원탁토론회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대국민 토론회장에는 보수·기독교 단체의 동성애 반대집회가 열렸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기독교 단체에서 오신 분들이 현장좌석 대부분을 차지하고 강력히 항의해서 토론회가 매끄럽지 못했다"며 '마치 개헌특위가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개정하기로 이미 결의한 것으로 알고 있어서 개헌자체를 반대하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권미혁 민주당 의원은 "국민을 많이 참여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극단적인 의견을 제거하고 원만한 타협을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토론회라는 의견제시과정에서 일종의 숙의 과정과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개헌특위 위원의 개헌특위 위원들과 비슷한 취지의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주도 헌법개정 전국 네트워크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국회 개헌특위가 개헌 과정의 국민 참여를 요식행위로 만들고 있고 주권자들을 들러리로 만들고 있다"며 "국민 참여를 내세운 국민대토론회에서 '국민'도 '참여'도 '토론'도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에 개헌특위는 남은 4회의 토론회를 마친 뒤 성, 세대, 지역, 정치성향을 고려해 다양한 국민을 초청하는 대국민원탁토론회를 실시할 계획이다. 국회 잔디광장에 2000여명이 참석해 테이블당 10명이 앉아 토론을 하겠다고 잠정 구상중이다. 현재 국회 앞 잔디밭에 설치된 '개헌발언대'를 광화문광장이나 강남역 앞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해 국민들이 개헌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찾아가는 개헌발언대'도 마련키로 했다.

 

개헌특위는 이 과정을 거쳐 의견수렴이 마무리되면 개헌특위 위원 중 10명이내의 기초소위원회를 구성,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뒤 조문화 작업을 통해 헌법개정안 초안을 완성할 계획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해선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여야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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