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공공성, 질적 형평성 확보를 우선으로

[the300][워킹맘 좌충우돌](8)

이윤진 사회복지학 박사(육아정책연구소) l 2017.10.17 12:00

출산 이후 아기를 어린이집을 보내야 할 시기가 오면서 여러 지역의 어린이 집을 탐방했던 적이 있다. 내 아이가 적어도 반나절, 길게는 하루 종일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니 시설과 선생님 표정, 프로그램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게 되었다. 필자의 거주지를 중심으로는 불행하게도 국공립과 민간 어린이집을 불문하고 접근성이 좋은 기관이 없었기에 ‘시설이라도 좋아야 내가 마음을 놓고 보내지’ 라는 보상심리도 분명히 작용했을 터이다. 

하지만 의아했다. 국공립어린이집 간에도 지역별로 가시적인 시설 면에서부터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고, 선생님들의 피로감, 원장선생님의 전문성 등이 눈에 띄게 차이가 느껴졌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지리적 접근성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는 내 가치관을 고수하며 시설과 프로그램은 마음에 안 드는 곳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아침 시간에 먼 거리로 통학을 하면서 시설의 질이 상대적으로 나은 곳에 보내야 하는가? 

단순히 국공립과 민간을 선택하여야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후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왜 내가 이 고민을 해야 하는가’ 로 귀결되었기 때문이다. 

양육자는 보육 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아이가 그 안에서 행복하고 안전하게 생활하길 원한다. 내가 어느 지역에 사느냐, 나 자신이 어떤 기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내 아이의 성장과 발달, 그리고 행복이 좌우되길 원하지 않는다. 정책의 수혜자, 정책의 수요자 입장에서 그 누구나 평등한 서비스를 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내 선택에 좌우되어지는 요소가 아닌 기본적 원칙으로서, 아동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이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의 출발점이자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의 무조건적 확대가 아닌 각 보육 시설의 질 향상, 그리고 균등한 질 관리 및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현재 국가는 어린이집 기관 평가와 인증제를 통해 질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써는 부모에게 온전히 다가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같은 평가를 받는 기관일지라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선생님들의 행동과 표정, 시설의 청결함과 세련됨, 프로그램, 각종 놀이 기구와 교구 등에 세심하게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 같은 세부적인 요소가 어떠한 기관에서 생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 아이의 행복을 최종 목표로 하여야만 하는 무상보육의 진정한 이념이 실현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 것이다. 

한편, 이 안에는 수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단순히 가시적이고 표면적인 시설의 질부터 시작해서 보육의 핵심 열쇠라 할 수 있는 교사들의 질 향상까지 다양하다. 국가는 이제 이를 위해 눈을 함께 돌려야 한다.

2018년 450개소를 확충하고, 공공형 어린이집을 150개 늘리겠다고 발표한 현 정부의 보육 정책은 매우 환영할만하다. 그 동안 우리는 꾸준히 보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시설 확충에 수많은 예산을 투입해왔음에도 여전히 국공립어린이집 재원률이 아동수 대비 10% 남짓 하는 상황에 아직도 시설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고,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공공성을 확보한 보육 시설이 만들어져야 함은 당연한 전제이다. 

하지만 이제는 보육 ‘공공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아야 한다. 시설의 확충 뿐 아니라 기존 시설의 질 향상, 질적 수준의 기관별, 지역별 형평성 확보를 위해 국가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보육의 공공성 확보는 시설 확충과 국공립 증설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수요자가 원하는,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시설이 과연 무엇인지, 질적 향상을 위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한정된 예산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봄이 옳을 것이다. 

수요자는 지난 무상 보육 시행 이후 일상 생활 속에서 보육 시설을 경험하는 데 많이 익숙해졌고 더욱 더 영리해지고 있다. 질 향상이 수반되는 ‘효율적 무상보육’을 실현하어야 할 적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할 수 있다. (※본 글은 기관의 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이윤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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