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대통령님, 청와대에 수소충전소 어떤가요?

[the300][성큼 다가 온 수소차시대]①서울 시내 일반일 수소충전소 부재...정부가 시장 성장할 수 있는 판 만들어야

김남이 기자 l 2018.02.05 05:30

편집자주 수소차가 아니라, 수소연료전지차(수소전기차)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고속도로에서 15분 동안 두손을 놓고 자율주행한 차입니다. '수소폭탄'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말로만 그칠게 아니라, 한국이 세계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면 어떨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신형 수소 자율차량인 넥쏘를 시승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소전기차가 더 많이 보급되려면 수소 충전 시설이 곳곳에 있어야 할텐데 아직 충분하지 않겠죠. 한 고속도로에 한 두 군데만 (충전 시설이) 있어도 좋겠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수소전기차인 넥쏘 자율주행차에 오르기 전…)

한국은 세계 최고의 수소연료전지차(FCEV, 이하 수소전기차) 기술을 가졌다. 하지만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확충하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덕담'에 그칠수 밖에 없다.

2013년 1월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했고, 지난 2일 전세계 처음으로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로 자율주행기술을 선보였다. ‘넥쏘 자율주행차’를 시승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수소차·완전자율주행차 수준이 세계적 수준 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세계 수소전기차의 수도가 돼야 할 서울에 일반인이 충전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는 사실상 없다. 4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수소충전소는 상암과 양재충전소 두 곳 뿐인데 모두 일반인 대상이 아니다.

지난달 이기상 현대차 환경기술센터장 전무는 기자들과 만나 "서울에는 (일반인이 수소충전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없고 울산, 광주, 창원에서는 가능한 상황"이라며 "현대·기아차가 서울 양재, 경기 마북·남양에 수소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고객들이 무상 충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가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를 감안해도 국내 수소충전소는 10여곳에 불과하다. 수소전기차 시장의 경쟁자인 일본이 전국 90개 이상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한 것과 대조적이다. 충전소 인프라가 없이는 수소전기차 보급도 없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먼저 나서서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어떨까. 경호와 접근성 등이 문제가 된다면 여의도 국회의사당도 후보지로 검토해봐야 한다는 게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업계에서는 100년 자동차 산업에서 한국이 힘들게 쥔 수소전기차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과감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소충전소 설치를 민간에만 맡기기에는 초기 사업성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으로 먼저 인프라를 확충하고, 수소전기차가 보급이 늘어난 뒤 자연스럽게 민간사업자가 시장에 뛰어들도록 정부가 '판'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내수 시장이 없는 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자동차 업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내수 시장 만들기를 위한 혁신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가가 나서서 수소전기차와 충전소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환경에서도 수소전기차는 우리나라에 필요하다는 것. 수소전기차는 연료전지에서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만큼 공해물질이 전혀 생산되지 않는다. 수소전기차는 새로운 자동차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씨앗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보급이 먼저냐, 인프라가 먼저냐’는 식의 논쟁은 우리의 경쟁자들에게 시간만 벌어준다"며 "일본은 물론 경쟁에서 뒤처진 중국, 미국, 유럽이 모두 수소전기차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여야가 힘을 합쳐 겨우 잡은 수소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도록 청와대와 국회가 인프라 구축에 앞장섰으면 하는 게 재계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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