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올림픽' 올인 文대통령, 북핵해결 판 키우기

[the300]'안보' 이슈를 '경제'로 바꿀 수 있을까

최경민 기자 l 2018.02.08 14:51
【진천=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빙상경기훈련관을 방문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인 남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을 격려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1.17.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준비해온 '평화올림픽'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마침내 9일 개막한다.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운전석'에 가까워졌다. '최대한도의 압박' 가운데 딱 하나 뚫어놓은 숨구멍인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북한이 나온 영향이다. 약 10년 만에 '대화'를 남북 간 키워드로 띄우는데 성공했다. 강대국 위주의 '힘의 논리'가 약해지자 문재인 정부에 운신의 폭이 생길 수 있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보다 의미있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북한은 7일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시켰고, 8일에는 건군절 열병식을 간소화했다. 청와대는 김여정을 북한 내에서 의사결정의 '재량권'을 가진 핵심 인사로 보고 있다. 열병식의 경우 대대적인 선전의 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북한이 외신 취재 등을 불허하며 '대내행사' 수준으로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의 초점은 어렵게 마련된 이 판을 키우는 것이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해제하는 게 목표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평화 무드를 끌어올리고, 이산가족상봉 및 남북 군사 핫라인 복원과 같은 협상을 진전시키는 게 다음 숙제다.

전제조건은 북·미대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문제와 달리, 북핵 문제의 경우 미국이 주도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올림픽을 계기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위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 간 접촉이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펜스 부통령은 "북측과 돌발접촉이 안 되게 해달라"고 했지만, 청와대는 "양 당사자들의 의사를 최대한 조율하면서,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대화는 남북관계의 키워드를 '안보'에서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북한과 이념적인 안보 대립 대신, 경제적 관계를 구축할 뜻을 피력해왔다. 남북과 일본·중국·러시아를 연결하는 환서해·동해경제공동체 구상 등이 핵심이다. 주변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적 의존관계를 고도화해 도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는 것 뿐만 아니라, 미국과 국제사회가 대북압박의 강도를 어느정도 낮출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북·미대화의 조건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를, 북한은 미국의 '핵 인정'을 전제조건으로 걸고 있다. 이 큰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중재안이 필요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구상은 단계적 접근방식(북핵 동결→폐기)이다. 미국 내 강경파에 속하는 펜스 부통령이 올림픽을 앞두고 '핵 폐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선(先) 동결-후(後) 폐기' 방식에 동의의 뜻을 밝힌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올림픽 이후 북한에 핵 동결의 '당근'으로 체제보장을 제시하면서, 북·미대화를 중재하는 노력을 할 게 유력하다. 방향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북핵을 둘러싼 각 국의 '국내정치 역학'은 대화 기조를 끊임없이 흔들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만 해도 '평화올림픽'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지지율 관리를 위해 지금처럼 '강경 메시지'를 불사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자국의 군사 대국화를 내세웠다. 북한에서 올림픽 이후 핵·미사일 고도화와 관련 이벤트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체제유지가 지상과제인 북한은 핵 미사일의 완성을 앞에 두고 대내 선전용 이벤트를 반복할 게 분명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대화와 관련해 "현재는 양국이 서로 탐색하는 단계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어떠한 경우라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원칙"이라며 "이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첫 발을 떼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가장 끝에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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