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김정은의 CVID'와 '트럼프의 달러'…딜 가능할까

[the300][런치리포트-풍계리 핵실험장 폐기]①과거-현재-미래 핵 폐기…美 "민간투자"

최경민 기자 l 2018.05.14 14:40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거래의 윤곽이 드러났다. 과거·현재·미래의 한반도 핵무기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미국의 민간자본까지 포괄하는 경제지원간의 등가교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인 2020년까지 이같은 절차를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14일 청와대는 북한이 발표한 풍계리 핵실험장 관련 조치가 '폐쇄'(shutdown)가 아니라 '폐기'(dismantle)라고 확인했다. 가장 기초적인 단계를 의미하는 '패쇄'와 달리 '폐기'는 핵시설을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보다 강력한 의미를 갖고 있다. 북측은 오는 23~25일 사이에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할 계획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핵동결'에 가깝다. 풍계리 3~4번 갱도는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북한에서 유일하게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간주하고 있는데, 이곳을 폐기한다는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안 대로 핵동결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입구로 끌어내고, 미국과 비핵화 담판을 갖는 모양새가 갖춰진 것이다.

핵동결로 인해 협상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현재와 미래의 핵을 폐기하는 것에 모아졌다. '현재' 보유한 핵무기와, '미래'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자들을 해외로 이주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핵무기를 북한 땅 안에서 해체를 하든지, 아니면 제3국으로 반출을 하든지, 그런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ABC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의 오크리지(핵-원자력 연구 단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핵과 미사일) 시설의 위치를 모두 공개하고, 개방적인 사찰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에 핵 기술자 수천명의 해외 이주를 요청했다는 말도 외신을 통해 나오는 중이다.

이 같은 CVID 이행에 따른 '당근'도 확실하게 제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미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한다면 미국은 민간투자를 허용할 계획"이라며 "미국의 민간 부문 투자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전력수급망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11일(현지시간)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 토레스 베드라스에서 열린 축제에서 북핵 갈등을 풍자한 조형물이 등장했다. 변기에 앉아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사일을 들고 있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타고 있는 카니발 마차가 퍼레이드 행렬을 따라 거리를 누볐다.

'경제 총력'을 내세운 김 위원장에게 경제적 지원을 약속한 것은 미국 뿐만이 아니다. 문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선택시 보장할 수 있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건넸다. 여기에는 김 위원장의 최대 관심사인 발전소 지원 여부 등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거래가 성사된다면, '비핵화 프로세스 및 경제지원'이 속도감있게 진행될 게 유력하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인 2020년까지가 비핵화 시점으로 자주 거론된다. 빠르면 2년 내에 비핵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만리마 속도전'을 언급했었다.

현재까지는 '비핵화'와 '경제지원'의 등가교환 양상이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주한미군 및 핵우산 문제가 거론될 수도 있다. 한반도 비핵화의 이행 주체를 남과 북으로 한정한다는 게 백악관과 청와대의 생각에 가깝지만, 중국과 북한은 언제든 미국의 핵우산과 그와 연관된 주한미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CVID의 범위가 탄도미사일이나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까지 확대될 지 역시 변수다. 일본의 강력한 요구 속에 미국 역시 꾸준히 언급하는 내용이다.

중재 작업을 하고 있는 청와대는 일단 '등가교환' 자체에 집중을 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이해관계들이 테이블에 올라오는 것은 빠르고 명쾌한 협상 타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북핵 협상은) 기본적으로 비핵화 문제와 체제보장, 이 문제의 맞교환 성격이 처음부터 강했다"며 "빠르면 빠를수록, 압축적으로 이뤄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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