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뉴욕 간다면 '트럼프타워' 꼭 보세요

[the300][뉴욕리포트]① 트럼프 집념이 세운 뉴욕 최고빌딩 스토리

김성휘 기자 l 2018.10.04 05:05

편집자주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9월 23~27일 뉴욕 방문을 취재했다. 문 대통령이 주도하는 2018년 한반도의 대전환은 멀리 뉴욕 곳곳에서도 느껴졌다.

뉴욕 이스트 56th street(길 건너편)에서 본 트럼프타워 전경/위키피디아


미국 뉴욕 5번가(Avenue)는 맨해튼의 남북 방향 대로. 즐비한 명품 대형매장으로 유명하다. 이 길과 동서 방향 56번·57번길(street)이 만나는 곳에 트럼프 타워가 우뚝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본거지이자 그의 대선캠프가 있던 곳. 

직각으로 여러 번 꺾은 유리 외벽. 올려다보면 글자그대로 하늘을 할퀴듯(스카이스크래퍼=마천루) 삐쭉삐쭉 솟은 산 같다. 트럼프의 성공을 상징하기 때문일까. 왕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모습은 한국에서 새로운 의미로 주목 받는다. '평양 대동강변 트럼프타워'가 북미관계 개선과 북한 개방을 상징하는 슬로건으로 제시된 후다.

거래 상대방 4곳과 집요한 딜(Deal)= 야심찬 부동산업자 트럼프는 1978년 이 땅을 인수, 각종 난관을 뚫고 재개발했다. 네 개의 계약이 꼬리를 물었다. 각 대상자는 현재 트럼프타워 부지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11층짜리 백화점 건물주 A(제네스코), 대지 소유주 B(부동산회사 에퀴터블), A가 임차하고 있던 자투리땅 소유주 C(레너드 캔덜), 끝으로 바로 옆 건물 티파니였다. 

트럼프는 A의 건물과 땅 임차권을 사기로 하고, B에게는 동업을 제안했다. 티파니에게는 지상권(air right, 일종의 일조권)을 확보했다. 티파니 단계를 못 넘었다면 트럼프타워는 55층위로 철문을 달아야 했을 것이다. 뉴욕 최고의 빌딩에 철문은 흉물스럽다. C의 땅을 얻을 땐 운이 따랐다. 티파니에겐 일정기간 내 이 땅을 살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트럼프는 이 권리를 계약 테이블에 올려 따내고야 말했다. 1978년이다.

흥미로운 건 B, C, 티파니와 계약이 끝났을 때도 그 출발이던 A와 계약을 마치지 못한 사실이다. 트럼프는 미디어의 힘을 빌렸다. 1979년 2월 '뉴욕타임스'에 계약이 기정사실이며 따라서 A 백화점이 곧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가 나가고 5일 뒤 트럼프와 A는 계약했다.

이 과정을 보면 예술(art)의 경지에 이른 트럼프의 비즈니스 능력이 드러난다. 물론 논란도 컸다. A, B, C 입장에서 트럼프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괴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말대로 거래는 거래다. '거래의 기술' 원제는 거래의 예술(The Art of the Deal)이다.

부지를 확보한 뒤에도 트럼프의 집념은 이어졌다. 뉴욕은 난개발을 막으려 사무건물에 고도제한을 뒀다. 트럼프의 위기였지만 '공공 구역'을 둔 주상복합 건물은 층고 예외라는 규정을 찾아냈다. 트럼프는 지상층 여러개를 터서 이 구역(아트리움)을 확보하고 5층부터 거대한 인공폭포가 벽면을 따라 흐르게 만들었다. 트럼프 타워는 기존 제한보다 20개층을 더 확보했다. 아트리움은 지금 뉴욕의 명소다.
뉴욕의 트럼프타워 위치. 월스트리트에 자리한 트럼프 건물은 '트럼프 빌딩'으로 부른다./구글맵


트럼프 타워에 비친 김정은의 꿈= 이밖에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최고의 건물을 만들겠다는 꿈은 타워 곳곳에 남아있다. 유리로 외벽 전체를 두른 건 화려함의 극치를 보였다. 최고급 주거지, 최고급 사무실이란 명성을 얻자 임대료도 올랐다. 단숨에 뉴요커는 물론 관광객 시선을 사로잡는 곳이 됐다. '젊은 부동산 천재' 트럼프는 신화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남 양산의 단층 자택이 있다면, 트럼프는 트럼프타워의 고층 펜트하우스가 집이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본사도 여기있다. 건물 앞엔 집회, 시위도 벌어진다. 경호·보안 때문인지 건물옆 일부도로는 통행이 제한된다. 트럼프는 2015년 6월16일 대선출마 선언을 여기서 했다. 트럼프 타워는 지금도 트럼프 제국의 심장부다.

트럼프의 꿈이 빚어낸 타워엔 2018년 다른 의미가 생겼다. 김정은의 꿈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핵·경제 병진노선을 버렸다. 핵무력이 완성됐다는 이유다. 대신 경제우선을 국가전략으로 택했다. '평양의 트럼프타워'는 북한을 한국처럼, 평양을 뉴욕처럼 개발·발전시키려는 김 위원장의 꿈을 응축한 표현이다.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인도하는 빛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걸 주목했다. 결국 김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고보면 트럼프 타워엔 문재인의 꿈도 입주해 있는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깜짝 한밤 시티투어를 했다. 마리나베이샌즈의 식물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와 스카이파크 전망대, 오페라극장이 위치한 에스플러네이드 등을 봤다. 그는 언젠가 뉴욕을 방문할 것이다. 반드시 5번가 트럼프 타워를 가보라고 제안한다. 굳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이 없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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