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이해찬이 '김병준·홍준표·황교안' 이름도 안꺼내는 이유

[the300]민주당 대표, 13일 신년기자회견 키워드 ‘정책’·‘평화’·‘미래’…"결국 2020년 총선 승리"

정진우 기자 l 2019.01.13 15:12
이해찬 더불어민주당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요즘 입이 더 무거워졌다. 과거엔 “할말만 한다”는 묵직한 정치인으로 유명했지만, 지난해 말 ‘베트남 여성’과 ‘정신 장애인’ 발언 등 논란 이후 스스로 말조심 경계령을 내렸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은 그런 이 대표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여론에 각종 ‘논란’의 빌미를 줄 민감한 이슈들은 피해가면서 ‘정책 정당’ 이미지를 내세우는데 주력했다. 당 내부에선 여당 대표로서 품격을 지키기 위해 단어 선정에 고심을 거듭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년회견 키워드 ‘정책’·‘평화’·‘미래’= 이 대표의 이날 회견은 한마디로 ‘정책 설명회’였다. 민주당이 지난해 성과를 냈던 정책들을 얘기하면서, 올해 중점 추진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민생정당’임을 강조했다.

또 북미대화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남북 평화 정착과 관련, 당이 할 일도 설명했다. 문재인 프로세스를 뒷받침하는 ‘평화정당’의 지향점을 나타낸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100년을 강조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우리 사회가 내 삶을 책임져준다’는 구체적인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미래정당’을 표방했다.

이 대표가 중점을 둔 이들 세가지 키워드는 결국 지지층을 결집하는 내용이었다. 악화일로의 경제 문제 탓에 하락세인 당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한 당 차원의 전략이 총 망라됐다. 그가 이날 강조한 350만명의 모든 당원이 참여하는 ‘정책 전당대회’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야당과 협치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야당에 손내미는 넒은 아량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과 협치를 강조한 건 “국회가 국민들을 위한 민의의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겠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자화자찬 현실도피 신년사’의 알맹이 없는 복사판”이라며 “엄혹한 경제와 민생 실태를 철저히 도외시한 '나 혼자 간다식' 일방통행이었고, 돌아오는 메아리 없는 공허한 외침이었다”고 지적했다.

◇“야당 공격은 자제...” 이해찬식 화법에 담긴 뜻= 이 대표는 이날 야당을 자극하는 얘기는 극도로 자제했다. 자신의 정책 설명이 자칫 정쟁에 파묻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기자들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한국당 대표 선거 나온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전당대회를 앞둔 당이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 말하는 게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피해갔다.

이 대표는 평소에도 한국당 등 야당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싫어한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에 대해서도 말을 아낀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 회의나 다른 당내 회의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나 홍준표 전 대표 등을 언급한 적이 없다”며 “야당에 논쟁의 빌미를 주면서 정국을 시끄럽게 해봤자 여당만 손해다란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거구제 방식과 김태우 전 청와대 행정관 및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등 자칫 야당을 자극할 수 있는 문제를 언급한 건 최근 논란이 됐던 이슈들에 대해 한번은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을 넘지 않아야한다”고 했고, “김태우, 신재민 이 분들은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을 만든다는 건 한국당이 더 수렁에 빠지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목표는 오직 총선승리”=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이 대표의 입에 주목했다. 민주당의 정책 방향이 궁금해서가 아니다. 이 대표가 총선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을 듣기 위해서다.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공천권을 쥔 이 대표의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

이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공정과 객관의 원칙에 입각해 총선을 관리하겠다"며 "내년 4월까지 총선룰을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의원들에게 “내 진정성을 믿고 따라와 달라”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한다. 1기 장관들의 복귀를 언급한 것 역시 총선 승리와 궤를 같이한다. 지명도가 있는 장관들을 적극 활용해 총선 준비 ‘킥오프’를 할 것이란 설명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결국 2020년 총선을 반드시 이기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가 이날 회견의 핵심이다”며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올해 민주당이 할 일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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